좋은 리더를 기대하는 알맞은 나의 자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불평은 뭘까?
아마도 자신의 상사에 대한 불평일 것이다.
영업부에 있을 때는 오히려 소장님에 대한 불평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혹은 목표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소장님께 서운한 점은 있었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교류했던 사이였던 것도 있었고,
영업의 경우에는 업무의 난이도보다는, 경력과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 조금 더 중요한 영역인지라 나보다 20년은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영업' 소장으로써의 소장님의 리더십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내 주제가 못 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마케팅부로 발령받으면서,
전략이나 마케팅 tactic에 대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 나가는 과정들 안에서는
팀장의 피드백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순간들이 많아졌고,
또 내가 가고 싶었던 자리였기 때문에 성장하고 배우고자 하는 나 개인의 열정과 맞물려
'좋은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좋은 리더십에 대한 책은 너무나 많고, 나는 몇몇의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follower로 일해 온 기간이 길기 때문에 돌이켜봤을 때 follower로서 나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점을 얘기해보고 싶다.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해당 분야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사실에 기대어 자만했던 것 같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Brand plan을 작성해서 피드백을 받는 날, 나는 단단히 준비해 갔다.
Appendix에 질문이 들어올만한 것들을 대비해 답변을 위한 reference를 수십 장을 붙여갔다.
나의 보고를 듣다가 팀장이 지적을 했다. (그 당시에는 '지적'이라고 느껴졌는데, 돌이켜보면 그냥 언급을 한 거다. 내가 사장님 앞에서 발표를 했을 때도 누군가가 질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전략 방향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팀장이 뭘 잘 모르고 하는 얘기 같았다. 실무는 내가 더 많이 알고, 팀장이 얘기하는 방법은 이래저래 해서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며, '훗, 네가 그럴 줄 알고, 내가 준비했지!!!' 빠르게 appendix로 페이지를 넘겨
"팀장님, 그건 ~~~ 래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했다. 아니 쏘아붙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러한 나의 태도는 팀장님과 나의 거리를 점점 멀게 만들었던 것 같다.
팀장의 판단이 정말 맞아서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내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logic으로 바로 받아치거나 반박하며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겠다 싶었을 것이고,
결국 내가 옳은 꼴이었다면 괜히 한마디 덧 붙였다가 멍청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1년 차가 된 지금, 다시 돌아간다 해도 기분은 나쁠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4년 차의 내가 했던 것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아, 네 팀장님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고 자리로 돌아와 3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가서 내 생각과 이유를 말할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말에 무게가 실리길 원한다.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어 한다.
이해와 공감이 어렵다면 적어도 수용받기를 원한다.
3시간의 시간이 상대에게 '나의 말이 받아들여졌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작은 마음들이 쌓여서 신뢰가 되고 관계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면
까짓 껏 3시간 아니 하루도 더 '생각하는 척'은 해볼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