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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지는 사이

자주 보자 친구들아

by 시경

2024.12.7의 기록

나는 어떤 것에 무뎌졌고, 왜 무뎌졌나요?


하루에 백만 원을 써야 한다면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에 해외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망설임 없이 건조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고민 좀 해볼 법도 한데 그만큼 주관이 확실해졌나 봅니다. 다음 달이면 저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게 됩니다. 5년 전 스물여섯 번째 생일파티를 크게 연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자주 놀던 그런 즐거운 청춘이었습니다. 같이 놀던 친구들 사이에 생일파티를 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저도 뚝섬역 근처에 있는 통창 유리의 카페를 빌려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때 하루동안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정말 기쁜 마음으로 썼던 기억이 납니다. 5년이 지나 생각해 보면 나 참 대단한 청춘이었구나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2020년 1월 겨울, 성수동, 드레스코드는 핑크. 토요일 저녁 파티를 위해 정작 생일 당일날은 친구들과 양재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피자를 먹었습니다. 파티날에는 지인들끼리 서로 소개해주고 여자는 팔씨름 대회 남자는 턱걸이 대회를 열어서 선물도 나눠주곤 했던 지금 떠올려봐도 설레는 추억이었네요.


바쁜 회사생활과 혼자만의 시간에 더 익숙해지면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따뜻한 기억에 무뎌졌습니다. 이젠 도무지 쑥스러워 생일파티에 친구들을 백 명씩 초대할 순 없겠지만, 내년 결혼식이 친구들에게도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내년에는 든든한 나의 친구들에 더 이상 무뎌지지 않길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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