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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Feb 16. 2023

다정한 나의 어른

응원할게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2022년 서울대학교 졸업식 허준 교수 축사 전문 중 일부 발췌



2023년 2월 16일, 작년 이 맘 때 이직했던 회사를 1년 만에 퇴사했다.


6년 전 처음 취업에 성공했던 나와, 지금 여기 두 번째 직장을 떠난 나와, 앞으로 또 다른 크기의 그릇을 갖게 될 나라는 완벽히 낯선 세 명의 내가 오늘을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다. 마무리를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이 그런 하루라는 생각이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대체 언제부터 이런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아직도 앞으로도 도무지 모르겠는 질문이다.


1년 사이에 나에게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다정한 어른이 생겼다.

우리 팀장님이다. 좋은 직장 상사를 만난다는 건 인생에 있어 크나큰 행운이다.


좋은 팀장이 되는 법으로 가득 채운 컴퓨터 메모장, 몹시 바쁜 와중에도 언제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려깊은 팀장님.

고백하자면 나 역시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매일 크게 숨을 내쉬고 다짐하지만 아직 그릇이 작디 작은 꼬맹이같다.



팀장님을 보면서 좋은 어른이 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초저녁 한강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 몇 가지.


2월 16일 목요일 저녁 6시 달리기


1. 진짜 실력을 가질 것


비교적 어린 나이인 23살에 취업을 한 나는 내가 가진 그릇에 비해 조직 내 상황에 의해 많은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일종의 일 중독에 걸렸다. 일이 주는 ‘자극적임’에 길들어져 건강관리에도 소홀 했다. 내가 가진 실력은 초라할 뿐인데, 조직 내 여건 상 내가 일부 중점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매우 불안정 했다. 그래서 그 회사를 나왔다. 초라하더라도 내 진짜 실력으로 부딪혀보고자 작은 스타트업 런칭 브랜드를 맡아 자기 브랜드 마냥 열심히 일했다. 이전에는 회사 밖의 내가 진짜 나였다면, 여기에서는 회사 안의 내가 진짜였다. 동료들과 똘똘 뭉쳐 일하는 게 즐거워 회사 가는 게 좋았다. 주말에는 기획, 마케팅, 심리학, 경제학 책을 찾아봤고, 패션분야 MD 모임에 나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은 나아졌다. 초라하더라도 불안하지 않았고, 한참 멀었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진짜 실력 있는 팀장님과 동료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2. 너그러운 마음일 것


누구든 나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내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 짜증스러웠다. 솔직히 이 건 앞으로도 자신이 없는데 올해의 챌린지로 정해야겠다. 당신의 안전을, 평안을, 행복을 바래주는 마음을 넉넉히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잠시 멈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생각보다 참 멋진 사람이 되는 법이니깐.



3. 자신에 대해 잘 알기


나는 사실 이게 좋고, 지금 내 상태는 이래 라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오랜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잠시 멈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고, 외로움을 견딜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지만, 결국 내 자신을 지키는 건 나다. 사람들도 만나기 싫어졌던 시간들을 겪으면서 조금은 나에 대해 알았고, 반대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내 자신으로 돌아갔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가장 먼저 내 자신에게 친절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일테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은 내 자신의 조각들이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물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좋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건 내 주변의 그릇이 큰 어른들 덕분입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멀리서도 언제나 응원할게요!



팀장님의 퇴사 선물 - 저만의 그릇을 키워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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