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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본격 어른입니다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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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경 Feb 12. 2023

흔들릴 때 내가 의지하는 것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람은 모가 나면 세상 굴러가는게 힘들어서 손해라네. 둥근 것은 데굴데굴 어디라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지만, 네모난 것은 굴러가기 힘들기만 하지 않은가. 굴러갈 때 마다 모가 닿아서 아픈 법이네. 어차피 자기 혼자만 사는 세상도 아니고,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되지도 않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29년을 살면서 대체로 내 인생은 데굴데굴 잘 굴러갔다.

가끔은 모가 닿아 아팠던 일이 있었겠지만,

돌이켜 보아 마음이 크게 다쳤던 적은 없었다.

2022년 봄, 많이 좋아하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상태를 겪었다. 그 충격으로 나의 불안 증세는 심해졌다.

인생은 걱정의 연속이라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걱정이 숨막히고 힘들어진 정도가 되어 불안 그 자체에 대한 공포가 생겨났다.

그러니깐, 잘 지내다가도 문득 불안이 불안을 만들어 버렸고, 길을 걷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어둠에 잠식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관은 기분이지만 낙관은 의지다.

유쾌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유쾌하게 일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흔들릴 때 내가 의지한 것 3가지

1.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가족, 친구)

2. 운동 (수영, 달리기)

3. 그리고 무작정 책을 많이 읽고,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글을 썼다.

최근에 일련의 신변의 변화를 겪다 보니 어떤 갑작스런 불행한 사건을 이겨낼 수 있을지 조금은 알게 됐다. 어른답게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그런 조금은 단단한 마음을 먹는 법.

며칠 전, 5년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전세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었을까.

이사 당일, 이삿집 업체와 함께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주인과의 다툼으로 기존 세입자는 퇴실점검이자 나의 입주점검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퇴거를 거부 했다. 보증금을 돌려 받을 계좌번호를 집주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집주인과 나에게 주거침입이라며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할 지를 몰라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울게 된 사건이 있었다.

기존 세입자가 나를 빌미로 삼아 집주인에게 악의적인 협박을 받는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보며, 내가 받은 정신적인 공포와 충격은 아물지 못했다. 그 날 오후, 경찰까지 출동을 했고, 나는 혼자 하염없이 울었다.

두 시간이 넘는 다툼 끝에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협박에 합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러 나는 그제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는 끝냈지만, 1년 사이에 조금은 이겨 냈던 불안과 공황이 또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일련의 굴곡들을 겪으면서 알게 된 ‘감사하는 마음’이다.

나의 전화 한 통에 한 걸음에 달려와준 친오빠가 있어서. 한 끼도 먹지 못한 나를 위해 맛있는 저녁과 격려를 해준 선배 덕분에.

경찰까지 출동한 충격적인 상황에서 울고 있는 나를 기다려준 마음씨 좋은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과. 힘이 없어 이삿짐 정리를 못 끝내고 있는 나를 도와주러 온 친구의 응원이 있어 감사했다. 정말로 감사했다.

이사한 집에서 눈을 떴을 때 조차 기존 세입자의 협박이 떠올라 두렵고 힘들었지만, 이불을 걷고 일어나 달리기를 하러 한강으로 갔다.

달리는 와중에도 걱정은 계속 되었다. 그래도 박명수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농담에 피식.

그리고 나른해지는 기운에 한결 마음을 놓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왠지 일요일 오전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그렇게 할 말이 많더라. 엄마랑 이야기하면 어떤 일도 아무렇지 않게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무기력해지기 보다 피곤할만큼 움직이는 게 좋았다.

동네 단골 카페에서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손님들이 두런두런 하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듣다보면 걱정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