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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Feb 22. 2023

쉼표, 어른

여행가기 전

잊지말자.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또 그 사랑만큼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어떤 상처나 시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몹시 빨리 뛰고 두근거리고, 내 세계가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럴 때 기억한다. 나에게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곁에 있음을.


작년 12월 중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도쿄에 다녀왔다. 3박 4일의 시간 내내 좋은 기억들로 가득 채운 여행 이었다.


그 이후로 3개월 정도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겪으며 심신이 유약해졌다. 줄줄이 닥치는 일들로 내 마음을 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대개는 모든 일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마음으로 하하호호 웃어 넘기는 성격임에도 확실히 스스로 약해졌음을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공항이다.


도쿄행 오후 4시 비행기를 혼자 기다리고 있다. 일주일 간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20대 초반 때와는 다른 설렘 반 걱정 반이다. 문득 생각이 났다. 21살에 니스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생활했던 경험에 비해 이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거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걱정이 많아지는 일일까.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다. 성공인가. 내가 얼마나 유약한 꼬맹이인데.

굴곡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최고지만, 일 년 간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성숙에 조금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다.


성숙한 게 과연 좋은 걸까. 굴곡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겪지 않고 순수한 채로 사는 게 부럽고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상처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릇의 크기가 넓어지는 일이고, 또 그만큼 다정해지는 일이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만 힘든 거 아니고, 사는 누구나 다 힘들다. 누군가의 힘든 마음을 내 상황에 비춰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말없이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는 게 퍽 따듯한 일이더라.


엄마 아빠 걱정 시키긴 싫지만, 부모님은 핸드폰 너머로 떨리는 내 목소리에서 모든 걸 아는 지 아빠는 여행 하다 힘들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 오라 한다. 세상 어떤 사람보다 나의 평안과 안전과 행복을 바라는 가족이 있어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야.



청순함이 묻어나는 도쿄에서 이제는 밝은 글을 써야지. 도쿄의 차분해진 날씨를 닮은 생각으로 채워 낸 어른이 되어 볼 수 있겠다!


All you need is Mr. Freindly (당신에게 필요한 건 미스터 친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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