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의 파리 여행
2024년 12월 24일의 기록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저는 지금 파리에 머물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연말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엔 파리에서 기차로 두 시간이면 가는 벨기에의 앤트워프라는 소도시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거대한 파리와는 다른 소도시에서 느껴지는 시골스러운, 또 독일과 네덜란드에 가까운 아우라를 느끼면서, 생경한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이제껏 본 크리스마스트리 중 가장 큰 트리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튀김을 맛보았습니다. 햇빛이 비추는 공기가 차가운 겨울 앤트워프 골목에 있는 감자튀김 가게에서 케첩에 찍어먹던 맛을 잊지 못합니다. 비 내리는 뼛속까지 추운 앤트워프였지만 히터를 최대한 틀어도 추운 숙소에서 큰 소파에 널브러져 따뜻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많이 걷고 많이 이야기 한 친구와의 여행이 참 소중하다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앤트워프 기차역 앞에 있는 2만 5천 원짜리 라멘을 먹고 저녁 기차로 파리에 돌아왔습니다. 춥고 피곤함에 전기장판에 몸을 뉘이고 <나 홀로 집에>를 깔깔 거리며 보다가 졸린 눈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친구의 선물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서프라이즈 선물에 고맙고 사랑스럽고 먼저 준비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대신 모닝 빵셔틀을 정성스레 나르곤 아침식사를 마치곤 향했습니다. 고대했던 그랑팔레에서의 아이스 링크로! 역사적인 건물에서 샤넬 컬렉션이 열리고 올림픽 경기를 했던 바로 그 그랑팔레에서 거대한 미러볼을 중앙에 두고 주희와 스케이팅을 하는 즐거움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일이겠습니다. 비록 그날 저녁은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배가 고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