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밍 Nov 16. 2019

충전과 방전

#불안장애 극복하기

인간의 삶은 충전과 방전의 연속


 지금 나는 몇 퍼센트 충전된 사람일까? 충분한 휴식을 보내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없이 행복한 지금, 나는 70% 정도 충전되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2년 전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한 방전 상태보다 많이 충전된 상황이다. 그래도 아직 100%를 줄 수 없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너를 성장시키거나 책임져 주는 곳은 아니다. 그냥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해라.'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1~2년 차에는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성장하는 단계여서 이런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3년 차부터 성장이 멈추고 계속 같은 업무만 반복되면서부터 이 말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회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회사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일에 대해 흥미도 잃고 퇴사에 대한 생각만 늘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회사에서의 보람나에게 충전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몇 년 동안 충전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고,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는 나는 방전 상태의 불안장애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불안장애를 겪는 그때, 어떠한 것도 나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잠을 자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운동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때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할 힘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방전 상태에서 충전 상태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등산을 해본 적이 있다. 나를 방전 상태로 만든 정신적인 아픔을 육체적인 아픔으로 잊기 위해서 말이다. 정말 숨이 차고 힘이 들어 다른 생각을 잊기 위해 등산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정상까지 오르기에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 했고 그만두고 내려가려고 생각도 했다. 그 정도로 육체적 힘듬도 버티기 쉽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정상에 다 다랐을 때 두 손 불끈 나도 모르게 힘이 낫고 보람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였을까 등산이라는 작은 보람도 나를 충전상태로 만들었던 것을 알았던 순간이.

  

 그렇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 나를 충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목표를 세워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보람을 얻는 것이 나를 충전하게 만들어준다. 브런치도 나에게 보람을 가져다준 한 가지이다. 나의 불안을 느꼈던 경험을 글로 풀어냈을 때 누군가에게 그 글이 위로와 공감이 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는 것만이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작은 보람을 느낀다. 

 

 나는 지금까지 보람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르게 30여 년 동안 살아왔다. 중요한지 모르게 살다 보니 직업을 돈벌이의 수단이라는 말로 보람을 잊어버린 체 버티면서 살았던 것이다. 나는 휴직이라는 것을 통해 충분한 휴식시간과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았다. 그렇기에 나의 충전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휴직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끔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회사를 즐겁게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회사를 버티면서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간의 삶은 충전과 방전의 연속이다. 언제든지 충전이 필요할 순간이 오게 된다. 그때 당신을 충전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방전 상태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 충전 요소가 무엇인지 안다면 어떠한 방전 상태에서도 당신을 충전해 줄 수 있음을. 

이전 19화 행복을 버려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