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지만 또 낯선 그들의 요리
서양 요리를 일컫는다 하면 프랑스 요리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가 큰 줄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탈리아 요리보다 프랑스 요리를 더 고급으로 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는 이탈리아 요리가 프랑스 요리보다 더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요리의 대표 요리인 에스카르고 등은 손쉽게 외식메뉴로 만나기 어렵지만 피자나 파스타 같은 요리들은 이미 골목상권들 까지 진입할 정도 대중화되었으니까. 그러나 이탈리아 요리를 깊이 들어가 보면 프랑스 요리만큼이나 그 깊이나 방대함이 떨어지지 않는다. 피자나 파스타 정도만 알고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웨이터가 주는 방대한 메뉴판의 양에 음식을 주문하는 것조차 애 먹을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탈리아의 요리의 정석인 코스 요리들을 만나보며 이탈리아 요리를 살짝 엿보아 보자.
이탈리아의 코스 요리는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인 안티 파스티(Anti Pasti), 제1요리인 프리미(Primi), 제2요리인 세콘디(Secondi), 마지막으로 디저트인 돌체(Dolche)이다. 때대로 안티 패스티를 안티 패스토라고 하거나 프리미를 프리모, 세콘디를 세콘도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단수와 복수의 차이이다. 'ㅗ'발음으로 끝나는 쪽이 단수, 'ㅣ' 발음으로 끝나는 쪽이 복수형이다.
전채요리인 안티 패스티는 애피타이저, 프랑스 요리에서는 앙트레에 해당한다. 본 요리 들을 맛보기 전 식전요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빵 위에 토마토, 올리브, 연어 등의 재료를 올려 먹는 부르즈게따가 전형적인 전채요리로 자리 잡았다. 부르즈게타 보다 작은 빵 위에 닭 간을 바른 크로스티니도 별미인 전채 요리이다.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달래 줄 상큼한 토마토와 버펄로 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로 맛을 낸 카프레제도 여행객들이 아주 좋아하는 안티 파스티 중 하나이다.
제1요리인 프리미는 탄수화물의 파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서양요리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이탈리아 요리의 특색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밀과 쌀 등이 농산물이 풍부한 이탈리아 반도의 생산력이 식탁 위에 까지 반영된 결과일까. 우리가 흔히 아는 이탈리아 요리인 파스타, 리소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파스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파게티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면요리인 파스타 한 종류이며 실제로는 짧은 모양의 쇼트 파스타, 긴 모양의 롱 파스타, 만두 모양의 라비올리 등 다양한 종류의 면이 존재한다. 거기에 각 지역의 특산물을 더한 소스나 각 식당의 조리 방법에 따라서 수백 가지 이상의 파스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맛보는 것도 이탈리아 식도락 여행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제2요리인 세콘디는 육류 및 생선요리를 말한다. 일반 서양 요리에 메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소, 닭, 돼지 등을 이용한 육류 요리인 카르네(Carne)와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 반도에서 잡은 생선들로 요리한 페스케(Pesche)로 나뉜다. 아무래도 탄수화물 위주인 제1요리 프리미 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식사의 마무리 디저트인 돌체(Dolche)가 있다. 가끔 와인병의 라벨에도 돌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디저트 와인이라는 뜻으로 맛이 달달하다. 이탈리아 돌체 중 대표적인 것은 티라미수이다. '나를 들어 올린다'라는 뜻의 이 달콤한 디저트는 에스프레소와 카카오, 치즈, 설탕들이 들어간 고급 디저트이다. 이탈리아 어느 식당에 가나 찾아볼 수 있는 인기 메뉴로 이 티라미수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맛본다면 기분이 한 번에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를 행복의 나라로 받쳐 올려주는 느낌이다.
이탈리아 돌체 중의 두 번째 요리는 판나코타이다. 판나코타는 달콤한 이탈리아 푸딩을 말하며 식감 자체는 푸딩보다는 크림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보통은 베리류를 얹어 먹기도 하나 초콜릿 시럽을 얹어 먹기도 한다. 나는 판나코타를 주문할 당시 매우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초콜릿 시럽 쪽을 택했다. 물론 당도가 높은 디저트는 나의 혈당을 높이고 나의 비만에도 크게 일조하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나는 식도락의 천국인 이탈리아에 있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탈리아의 돌체는 젤라토이다. 사실 젤라토는 코스 요리의 마무리인 돌체로 먹는 다기보다는 젤라토를 전문적으로 파는 젤라테리아에서 먹는 것이 제 맛이다. 가격도 식당보다 젤라테리아에서 먹는 쪽이 더 싸고 맛도 더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젤라토의 맛은 각 젤라테리아 별로 다르지만 내가 가장 사랑한 맛은 수박 맛인 앙구리아이다. 이탈리아의 젤라토는 천연 재료의 맛을 잘 살리기로 유명하지만 수박의 시원한 맛까지 살릴 줄을 몰랐는데 단 한입만으로 무더운 더운 날 말라버린 나의 입과 혀를 단박에 시원하게 만들어 버렸다. 여름에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맛이다.
이탈리아의 코스 요리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식당에 갈 때마다 이 메뉴들을 모두 주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시켜도 된다. 전채요리와 제1요리, 제1요리와 제2요리만을 시켜도 좋고 디저트는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된다. 격식을 따지는 것도 좋지만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현지인들 자체도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식당에서 저 메뉴들을 모두 시키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길 때도 많다. 그럴 때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시키면 아무래도 최소 20유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요리가 나오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굳이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주문하지 않고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꽤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자가 아닐까 싶다. 파스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요리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바로 그 피자 말이다. 이탈리아의 피자는 가격도 저렴해서 5~10유로 사이면 한판을 먹을 수 있고 도우가 얇고 토핑에 쓰이는 재료들이 신선하고 또 무겁지 않아 1인이 한 판을 먹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올라가는 토핑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피자를 만나볼 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마르게리따 피자가 아닐까 싶다. 어느 식당에서나 다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피자는 피자로 유명한 나폴리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데, 통일 이탈리아의 왕가인 사보이 왕가의 마르게리타 여왕이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한 피자 장인이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국기의 색인 녹색, 적색, 흰색을 닮은 바질,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등을 토핑으로 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마르게리타는 그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국심 때문에라도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인 것 같아서 재미있다.
두 번째로 식사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파니니다. 파니니는 이탈리아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는데 빵이 우리가 아는 샌드위치보다 두껍고 담백하며 안에 이탈리아 햄인 프로슈토와 치즈, 토마토 등이 담겨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피자와 마찬가지로 저렴하고 휴대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만약 식비나 시간이 부담된다면 피자와 파니니 등을 이용해 꼭 밥은 먹고 다니자. 특히 열량 소모가 많은 여행에서 배까지 고프다면 그만큼 서러운 일도 없을 테니.
이탈리아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당의 종류가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레스토랑으로 표기된 다른 나라의 식당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조금만 그 의미를 찾으면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따른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저 조금 더 세분화된 식당 들일뿐이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탈리아 식당은 크게 리스토란테, 트라토리아, 오스테리아, 피제리아 등으로 나뉜다. 우선 리스토란테는 가장 격식 있는 식당으로 우리가 아는 레스토랑과 비슷한 개념이다. 보다 격조 높은 코스요리를 먹고 싶다면 찾도록 하자. 두 번째로는 트라토리아가 있는데 이탈리아 가정식이나 지역 요리를 먹고 싶을 때 들르는 보다 캐주얼한 식당이다. 오스테리아는 와인 등 술과 함께 안주 등을 파는 술집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식당들보다 비교적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피제리아가 있는데 이 식당은 피자를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라는 뜻이다. 피자는 다른 식당들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피자는 이 피제리아에서 먹는 것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화덕에 피자를 굽는 모습도 어깨너머로나마 볼 수 있고 따끈따끈한 피자도 먹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다양한 식당들을 경험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으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