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 뱃놀이

운하를 누비며 만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by 넙죽

유람선으로 만나는 운하도시


5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방문 때 유람선을 맘껏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이번 여름 여행 때는 기필코 유람선을 타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 중간에도 비가 오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다짐이 이루어진 것은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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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네바 강변을 비롯하여 운하 곳곳에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이 많다. 업체들도 제각각이다 보니 가격이나 노선도 조금씩은 차이가 난다. 여러 업체의 가격과 노선을 고려해 본 결과 700루블 정도에 도시 내부 운하와 네바 강을 둘러보는 노선을 선택했다. 크고 좋은 배는 아니었지만 꽤 괜찮은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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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운이 따라주었는지 페테르부르크 답지 않게 날씨가 좋았다. 역시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유람선만한 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하를 미끄러지듯 가르는 유람선에서 페테르부르크의 명소들을 복습하듯이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더불어 느껴지는 강바람과 내 다리로 걷지 않아도 되는 안락함은 자본주의 만세 삼창을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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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중 방문했던 미하일롭스키성이 보이고 운하 양안의 고풍스러운 건물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유서깊은 다리들까지도. 역시 모든 사물들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달리보이는 법이다. 몸이 편하고 기분이 좋으니 새삼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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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운하들을 거쳐 네바강으로 빠져나왔다. 네바강은 매우 큰 강이기 때문에 물살도 거세어 배가 제법 흔들렸다. 어른인 나도 잠시 긴장할 정도였는데 앞에 앉은 꼬마 녀석은 많이 무서웠는지 지붕이 있는 안쪽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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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 강변에 나오니 역시 유명한 명소들이 많았지만 제일 눈에 띈 것은 순양함 오로라였다. 일정이 맞지 않아 지난 방문때는 가지 못했던 곳인데 이번 방문에 보게 되었다. 순양함 오로라는 러일전쟁에 참전한 함선 중 살아 돌아온 몇안되는 배다. 러일전쟁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인 러시아에게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러일전쟁의 패배는 로마노프 왕가의 몰락을 가져오는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쟁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었고 그런 사업에서 실패했으니 경영진에게 위기가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의 도고 제독에게 당한 참패는 뼈아픈 건이었다. 순양함 오로라는 러시아 혁명 시기에도 활약했는데 오로라호에서 발사한 대포가 혁명군이 궁전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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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호를 지나 페트로 파블롭스키 요새를 다시 만났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요람인 이 요새를 눈에 담으며 운하의 도시와의 작별을 고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또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에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다 스비다니아!(러시아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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