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다시 만나기

by 넙죽

엔지니어들의 성, 미하일롭스키 성


여름휴가를 맞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다시 찾았다.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는 여름궁전 등 근교 위주의 여행을 했지만 이번 여행은 미처 전에는 가보지 못한 곳들을 구석 구석 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이 있었기 보다는 그야말로 쉬기 위한 여행이었기에 발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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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연이 멋진 풍경을 선사해주기도 하니까. 이런 나의 마음에 화답하듯 미하일롭스키 성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로마노프 왕가의 사저였던 이 성은 예카테리나 2세의 아들인 파벨 1세가 건설한 성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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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정작 당사자는 이 성에서 오래 못살아보고 죽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들의 건설자가 그 혜택을 본 경우는 매우 드물기는 하다. 건물에 공을 들이는 만큼 건축기간은 길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아이러니이다. 미하일롭스키 성은 후에 공병학교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곳은 엔지니어들의 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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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롭스키 성 뒤편으로 자리한 공원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한여름이 되니 지난 5월에 이곳에 방문했을 때보다는 확실히 더 푸르렀고 사람들도 생기가 있어 보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날이 좋은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너무도 귀했다. 햇볕이 너무 좋다가도 갑자기 흐려지며 비가 오는 일도 매우 흔하니까.

날씨도 좋은 김에 기분도 낼 겸 아내가 좋아하는 찐 옥수수를 사먹기로 했다. 러시아어로 '꾸꾸루짜'라는 재밌는 발음을 가진 옥수수는 여름철 공원의 인기 간식이다. 짭짤한 맛소금과 약간의 설탕을 뿌려 짭쪼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심심한 입을 달래기에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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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테리나 2세와 수보로프


로마노프 왕가의 여걸인 예카테리나 2세는 여러모로 러시아 역사에 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독일계였지만 누구보다 러시아를 사랑했던 사실도 흥미로웠고 유약한 남편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차르에 오른 대목에서는 탄성을 자아낸다. 계몽사상에 관심도 많고 스스로도 계몽군주가 되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이 많은 차르이기는 하지만 정부들에게 내정을 맡겨 공과 사가 불분명한 일종의 총신정치를 펼쳤다는 점에 명과 암이 분명한 통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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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통치가 펼쳐진 중심지였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에는 여제의 동상이 존재한다. 동상 꼭대기에는 여제가 모두를 내려보고 있고 여제의 아래로 일명 여제의 남자들이 도열해있다. 물론 이들이 다 정부들은 아니고 이들 중 일부겠지만.


12.jpg 가장 오른쪽에 마른 남자가 수보로프

여제 시대 이름을 날린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수보로프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명장이다. 한니발, 나폴레옹에 이어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은 인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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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로프의 주적은 폴란드, 오스만 제국 등이었으며 거의 무패에 가까운 기록을 가진 명장이었다. 그 때문인지 페테르부르크에는 그를 전쟁의 신 아레스와 동일시하는 듯한 동상이 서있다.


그러나 업적에 비해 그에 대한 대우는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예카테리나 여제의 아들 파벨 1세는 어머니의 신하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카테리나 여제 사후 수보로프의 말년은 그다지 영광스러운 시절들은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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