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원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빠가 된 것은 만 36세 때 일이었다.
내 아버지가 만 27세 때 내가 태어난 것과 비교하자면 많이 늦은 편이다.
사실 아이를 가지자고 마음을 먹은 때는 만 34세 때였으니까 아이를 가지는 데에 3년가량이 걸린 셈이다.
아이를 가지기 전에 흔히 하는 착각은 내가 원할 때 아이가 바로 생길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아이를 가지기로 노력한 순간부터는 매달 합격과 불합격이 표기된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과 같다. 몇 달 아니 몇 년이 지나도 아이 소식이 없다면 마음이 매우 초조해진다.
그때부터는 유명한 난임병원도 찾아가 보고 용하다는 한의원을 수소문하게 된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해보고 몸에 좋다는 음식도 챙겨 먹어 본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작은 생명이 움트는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게 되면 사람은 좌절에 빠진다.
지금의 아이가 찾아오기 전, 우리에게 작은 천사가 먼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수많은 야근 속에서도 그 아이가 찾아왔다는 행복에 힘든 줄 몰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가 다시 떠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좌절감은 크고 쓰라렸다.
그렇기에 다시 찾아온 생명이 너무 소중했고 모든 일들에 조심스러웠다. 오죽했으면 우리 아이의 태명은 튼튼하게만 태어나다오라는 의미의 튼튼이었다.
아이의 착상부터 탄생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들이 조마조마했지만, 아이를 만나게 될 순간이 다가옴에 설레기도 했다.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색채의 감정들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