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꾸준함의 힘을 믿어
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 지난주의 나는 무엇을 했나. 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시간을 가지면 처음에는 나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며 자책을 하다가 막상 곰곰이 생각하면 아 뭐라도 하긴 했구나 하는 결론이 지어진다.
요즘은 일주일에 최소 3권 정도는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어보고 있고 그것들에 대한 작은 감상을 노션에 따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 지난주에 읽은 그림책 중 가장 와닿고 좋았던 것은 '농부달력'이다. 나의 엄마는 농사짓고 소 키우는 집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농부달력을 읽는 내내 외가댁이 생각났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촌 생활의 냄새와 분위기 계절감 모든 게 코 끝으로 마음으로 느껴졌다. 종종 외할머니댁 앞마당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적이 있는데 아직 부족한 그림 실력으로 모든 기억과 감성을 불러오는 게 아쉬워서 답답한 마음이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늘 작가나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 읽어본다. 작가님은 부모님의 농촌 생활을 보고 자라며 책의 영감을 받았고 책을 지필 하시는데 3-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셨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책을 읽으며 간혹 이건 얼마나 걸렸을까 오래 걸렸을 거 같은데? 하는 궁금증이 있는데 저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얘길 들으니 역시 모든 좋은 작품들은 급하게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할애하고 공을 들여야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건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고 마음이 닿는 일이다. 그림책도 그림과 이미지가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엔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과 진정성과 의미다. 어떤 감정과 어떤 기억을 남겨주는지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는지를 진정으로 생각해 보는 것. 그저 많이 팔고 나를 알리고 유명해지는 게 아닌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그 그림책을 보고 가슴이 찡 해지며 울컥하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은 깊고 진하다. 좋은 기억으로 내 기억과 추억 한편에 자리한다.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안을 준다. 그만큼 이야기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이 글을 쓰며 종종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작가에 대한 소개도 조금씩 해볼까 한다. 계절감에 맞춰 그림책을 읽는다. 그러면 내가 지금 맞이하는 계절을 좀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 겨울엔 호빵, 붕어빵, 포장마차 어묵 같은 겨울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극을 많이 주고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지난 주말에는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를 보고 왔고 어제는 서촌에서 하는 '열린 책장&독서촌 : 서촌의 책장'을 다녀왔다. 집에 콕 박혀 작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 세상과 사람들과 교류하며 작업을 하고 영감을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은 짧았지만 임팩트가 있어 좋았다.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과 이런 걸 보고 얘기 나눠보고 미술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아이들을 보다가 안 보니 너무 그리워져서 내년에는 다시 아이들과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짧게나마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서촌의 책장에서는 가서 전체 이벤트의 러프 스케치도 해보고 이전에 읽어보고 싶었던 책도 발견하여 읽었다. 나는 내가 늘 비주류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비주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과 글을 좋아한다. 읽다가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어서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을 해두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책이라도 늘 도서관에서 한번 읽고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 이러지 않으면 집이 책으로 가득 차버릴 것 같아서 위험하다.
https://www.instagram.com/sunyoillustration/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1Day 1Drawing 이 끝났고 이틀째 부터 시작하여 첫 그림 하나가 빠진 30개를 그렸지만 그래도 매일 하나씩 그림을 완성했고 색다른 그림체와 기법을 시도 해보고 다양한 주제로 그리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현재는 공모전 준비에 집중 하고 있으며 동시에 PDF 포트폴리오 제작, 명함 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 목요일에는 그림책 유투버 은지 작가님을 만나고 이번 달 말에는 '부산국제 아동도서전 2024'를 다녀올 예정이다. 아동 도서전을 방문하기 전 참가사들을 어느 정도 조사해 보고 맞는 부스와 원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추려 보려고 한다. 막상 강연 일정을 찾아보니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듣고 싶은 게 흩뿌려져 있었고 다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아마 전 일정 모두 부산에 있게 될 것 같다. 가는 김에 책 한 권 가져가서 완독하고 그림도 그리고 오랜만에 부산도 좀 즐겨보려 한다. 정말 오랜만의 여행이고 오랜만의 부산 방문이라 설렌다. (저는 대학을 경남권에서 나와 20대 초-중반에는 부산을 제집 드나들듯 놀러 다녔답니다.)
나는 사실 좀 물렁한 부분도 있는 사람이라 강제성이 없으면 해이해지는데 그래서 봐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도 크다. 계속해서 쓰게 되는 이 브런치 글도 처음에는 내가 혼자 쓰는 글이었지만 이제는 내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이 생겨나니 강제성이 들어가 좀 더 제대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덕분에 내가 좀 더 꾸준히 하게 되어서 감사하다. 진정성과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먼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방향성을 잡고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걸어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방향과 목적성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저의 여정을 짧게나마 계속해서 기록할 예정이오니 잘 부탁드립니다.
*배경그림은 제가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입니다. (1 Day 1 Drawing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