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지난주는 3주 정도 기획하고 준비했던 공공의료 공모전을 제출했다. 기획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데 힘이 들었고 러프 스케치와 채색단계까지 넘어와서도 고민에 또 고민을 했더랬다. 그래도 마무리를 잘했고 마감기한 전 넉넉하게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고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상을 받지 않아도 내가 공공기관 삽화를 그려본 건 처음이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마플샵에 주문했던 엽서와 샘플 굿즈를 받았고 아이디어 떠오른 것들을 다시 그렸다. 샘플 굿즈는 엽서의 경우 평균 엽서 크기보다 컸고 키링의 경우는 작았다. 파우치 같은 곳에 달 수도 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재고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과 배송, 서비스를 마플샵에서 제공해주는터라 원가가 좀 비싼 편이었고 배송비를 포함한다면 작은 굿즈보다는 좀 더 큰 굿즈들을 만들어 내는 게 나을 거 같다는 결론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서 콩깍지가 씐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눈엔 너무 귀엽고 예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고 굿즈의 경우 아직 디자인을 생각보다 많이 뽑지는 못해서 겨울 음식과 관련해서 귀여운 그림들을 여러 개 좀 더 뽑아봐야겠다. 아직 굿즈샵은 비공개이며 다른 굿즈들도 내가 준비해서 샘플을 모두 받아보고 확인 후에 오픈하려고 한다.
그리고 링크드인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그곳에서 인스타로 교류하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고 메시지와 함께 1촌 신청을 보냈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돌렸고 무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후에는 1촌 신청 후 승낙 하면 메시지를 함께 보냈더랬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와 교류하던 이미 링크드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님이 내 그림을 공유해 주셔서 조회수가 확 증가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재미 삼아했던 게 도움이 된 거 같기도 하고 플랫폼의 특화된 분야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쌍방향의 소통과 정보 교류다라는 걸 또 깨달았다. 내가 원하고 관심 있는 에이전시에 소속된 작가들에게 조언도 구했고 10통 정도 보내면 한 두 분 정도는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현재 포트폴리오 PDF 파일도 만들고 있고 명함 디자인도 러프로 만들어보고 있다.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는 건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막상 생각했던걸 그려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사실 며칠 전에는 아주 짧은 일시적인 번아웃이 살짝 왔다 갔다. 그날따라 그림이 너무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해 보여서 건들고 시도해 보는 것조차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 말고 다른 해야 할 일을 엉엉 울면서 했다. 나는 아직 너무 부족해. 너무 아마추어인 거 같아. 언제쯤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면서 속상해서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며 할 일을 했다. 내 기대치와 눈높이에 그림과 체력이 못 따라오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울어버리고 나니 속은 후련했고 울면서라도 할 일을 해서 죄책감이 들진 않았다.
그렇게 이틀 동안 그림을 제대로 못 그렸다가 마음을 돌아보고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는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다시 그림이 손에 잡혔다. 그리고 일요일 드디어 크리스마스 엽서를 완성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될 수 없는 맥시멀리스트인데 그게 그림에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고 웃겼다.
완성하는데 6일 정도 소요된 크리스마스 엽서로 그린 그림. 이틀 정도는 거의 그리지 못했고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마무리를 짓고 싶어서 6시간 동안 내리 그렸다.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일까 토요일부터 소화가 안되었는데 소화제를 먹고 강행을 했더니 일요일은 크리스마스 일러스트를 완성한 후 넉다운이 되었다. 빵 한 조각을 먹고 급체해서 소화제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가지치기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도 그랬고 예전에 만나던 친구도 나에게 항상 하던 말이 욕심이 많다. 모든 걸 다 지고 갈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은 불안감인데 내가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에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걸까 봐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봐 내가 뭔갈 해내지 않으면 나는 존재이유가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무의식 중에 계속해서 드는 거 같다. 현재 일상툰 주 1회 업로드, 주 1회 포트폴리오 개인 일러스트 작업, 주 1회 브런치 글 업로드, 포트폴리오 PDF, 명함/엽서 제작, 굿즈 스케치, 부산 북페어 갈 준비를 포함해 내가 운영하고 있는 sns 계정은 인스타 2개, 트위터, 링크드인, 스레드가 있다. 일러스트를 완성하면 웹사이트에도 업로드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웹사이트로 해외 외주 연락이 온 것을 놓쳤다. 한참 전에 연락이 왔었는데 확인을 못했던 것이었고 너무 아쉬웠지만 동시에 개인 작가로 부터 삽화 외주문의가 왔을 경우 해외 계약서와 견적서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예전에 유튜브로 추천받았던 관련 책을 아마존으로 주문했고 관련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다.
해야 할 것들은 많고 나는 하나고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보니 버겁다는 생각도 든다. 투두리스트를 매일 만들지만 나중에 일을 하다 보면 그건 잊게 되고 감각만으로 모든 걸 진행하게 돼버린다. 그래서 다시 일기와 스케줄러를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인간이라 노션도 쓰고 있지만 나에게는 스케줄러가 좀 더 마음이 편하고 보기가 좋다. 사실 이전에는 블로그도 동시에 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바빴고 현재는 블로그는 하지 않고 대신 링크드인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일상툰을 업로드 간격을 주 1회에서 러프하게 늘려볼까 한다. 현재는 동화 일러스트와 삽화/ 개인작업과 굿즈에 좀 더 힘을 실어보고 싶다. 나중에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이렇게 진행해보고자 한다. 나의 불안은 나의 원동력이자 나의 힘이다. 하지만 이것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비록 흔들리고 가냘프지만 꿋꿋하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가지치기와 페이스 조절을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