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publish/book/2216
본문의 글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담겨져 있는 글이지만, 다소 수정이 거쳐져 일부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번은 길을 걷다가 뭐가 문제인지 사람들끼리 말다툼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그저 입씨름이 아니라 주먹이 오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뉴스에도 실릴 정도로 살벌하게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며, 누군가가 몰래 촬영한 듯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한다.
말도 통하지도 않고 화가 나서 주먹이 나가기도 하지만, 주먹질을 한다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주먹질은 싸움의 끝으로 가는 최악의 수단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그런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엔 퇴근하는 길에 그런 장면을 목격한 적 여럿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이 번화가로 발달된 곳이다 보니, 친구끼리나 연인, 혹은 가족끼리 시간 보내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에서 한 여성이 누군가에게 노려보는 눈빛과 그것을 받아내기 힘들어하는 남성의 장면이 있었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경우는 주먹질이 나가는 경우가 그리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화재가 주목되는 것을 보면, 주변의 시선만 없다면 어떤 싸움으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남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시점에 어떻게든 수습하는 게 좋겠지만, 좋아서 싸우는 게 아닌 것만큼 상황은 어느 한쪽도 도와주지 않는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서로 소리치고 손짓하고 하기도 하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여서 얼버무리려고 하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쪽은 어떻게 서든 그 자리에서 끝장을 내버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화해라는 게 서로 합의점을 맞추어서 풀어야 되는 일인데, 서로 신경 쓰는 부분이 다르기에 그 자리에서 풀릴 리가 없다.
그러다간 후에 어떻게 풀어서 잘 지내는 커플도 있겠지만, 매듭을 확실하게 지어버리지 않은 이상,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걸 보면 분명 사랑싸움도 잘 싸워야 계속 사랑을 할 수 있다.
어떤 책 한 권에서 일본의 저자의 글을 읽었던 내용이 있다.
"제가 변호사로서 한창 배울 때에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돈을 바라고 일을 할 생각이 아니면, 의뢰자에게 정말 법정까지 가셔야겠냐고 여쭈어 보라고. 그건 서로 타협하지 못해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령 법정의 공방이 끝이 나게 된다면, 자신이 고개를 살짝 숙여서라도 화해를 하고 끝내는 게 좋다고 배웁니다. 그러지 않으면 화는 꺼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서로 미워할 테며, 자신도 모르게 받는 미움은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 불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틀린 말이 없다고 느꼈다.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주제든 어떠한 방식이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폭력이 아닌 비난을 주고받고 하는 화살 천지의 전쟁터처럼.
그 전쟁터에서 불을 마저 끄지 않는 다면, 그 땅은 영영 검게 그을려져 있을 것이다.
모든 싸움에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기 쉽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시작된 것이고, 그러다 보니 말이 통하지 않아서 화는 더 나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서는 속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것들이 폭발해버려서 지금 현재의 문제를 싸우다가 쌓여왔었던 과거의 일로의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다.
그게 중요했다.
예를 들면 그저, 연락 한번 제대로 주지 않은 게 섭섭하고 신경 쓰여서 한마디 했더니, 되려 짜증을 내거나 "알았어, 근데 저번에 너도 그래 놓고선 왜 그래?" 이런 식으로 끝말이 좋지 않게 했다가는 싸움의 연장전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 사람도 쌓였던 게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연인 사이에서 싸움이 더 크게 번지는 제일 큰 이유는 그것인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사랑하는 사이니까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답답함.
그래서 더 말문이 막히고, 머릿속이 꽉 막히는 것 같기도 하며,
그러다가 싸움을 끝내려고 어설프게 마무리하다간,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단순한 섭섭함이, 화로 불러와 다툼을 만들고, 그 다툼이 싸움을 크게 한다면, 그렇게 왜 싸움을 시작하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채, 서로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목적이 사라진 싸움에서 목적이 뭔지 다시 찾아야 할 상황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사랑싸움도 정말 잘 싸워야 했다.
그날은 연말로 바쁜 12월. 더군다나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그때는 정말 연락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누구의 연락 자체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였다.
그건 연인이라고 해서 제외는 아니었다. 그건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한들, 그 어떤 일이라고 해도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고 퇴근하는 도중에라도 잠깐의 통화는 물론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 그런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는 그 사람은 연락도 잘하지 않았고 바쁘다면서 끊기에 더 바빴다.
아무리 연말이라고 해서 바쁜 것은 알지만, 누가 보면 그 사람만 바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연말로 인해 회식이면 회식, 일거리라면 일거리에 시간은 부족했다. 그 와중이 아닌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모처럼 이벤트라면서 생긴 기대감이 나 혼자 있는 것 마냥 처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게 시작인 것 같았다.
괜히 혼자 화가 나기도 했고, 그와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도 그리 반갑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저 혼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들뜬 내가 바보 같았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말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날 데이트하려고 일만 하다 보니 연락을 못한 거야."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변명이라는 건지, 누굴 위한 건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는데, 혼자 다 준비하고 계획 있는 것 마냥 나를 설득하는 게 내가 화를 풀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저 거짓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런 거라고 미리 연락이라도 하질 그랬어?"
"그러니까 바빠서"
"그거 말고 일이 많아서 다 처리하고 크리스마스에 시간 같이 보내려고 그런 거라고 미리 말하면 되잖아."
그 말에 그는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게 미리 말하면 네가 화낼 줄 알았지."
"뭐?"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내가 이벤트를 못 챙겨서 안달 난 애도 아니고, 서로 일을 하는 입장에 그것 하나 이해를 해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건 그것대로 기분 나쁘고, 연말이라 바쁜 내 입장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또 기분이 나빴다.
물론 그가 정말 연락도 할 수 없을 만큼 바쁘다고 할 수 있다고 인정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기 시작한 이상, 상대방의 말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어디 한번 계속 말해봐.'
라는 마음으로 치켜뜨고 보면서 싸울 준비를 하는 마냥 전부 들어보겠다는 듯이 있었지만, 그의 말은 하나도 귀 안에서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 누가 어떤 말을 하던, 어떤 변명을 하던, 그저 내 마음에 화가 꽉 찬만큼 다른 말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크리스마스 계획 싸움이, 연락 싸움으로 번졌고, 몇 개월 전에도 쌓아뒀던 불만들도 하나둘 씩 나오면서 우리는 미래의 일(크리스마스) 때문이 아닌 점점 과거의 일을 억지로 꺼내 와서 싸우고 있었다.
그날은 분명 내 눈이 빨개질 정도로 그를 노려봤었을 것이다.
그다음 크리스마스에는 과연 이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웃을 수 있을까 하면서.
다툼은 정말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 대상들도 마찬가지다.
직장이든 학교에서든, 친구끼리든 지인이든.
가족에게는 가족이니 아무런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며,
친한 친구일수록 대립이 되면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미워진다.
사랑싸움도 마찬가지다.
그냥 싸움과 다른 것은 그저 그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뿐.
하지만 역시 그 상대는 일반적인 상대가 아닌, 자신을 이해해 주기 바라는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에 더 섭섭해서 더 감정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화부터 낼 수도 있다.
글로 보면은,
싸우는 것은 사실 참 쉬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화났다. 상대가 화났다.
왜 화가 났는지를 파악한다.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약속이나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화해한다.
글과는 다르게 그렇게 화해하기 힘든 건 역시, 싸우다가 화가 나서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분노 때문에 다른 말이 들어오지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람이 강하기에, 감정적인 분노는 더 예민하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해답을 찾아가면서 화해를 할 수 있도록. 그건 단순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해결방법이나 조언 방법은 있지만, 사람의 감정은 죄다 다르고 상황도 다르기 마련이기에 해답은 누군가가 알려주기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 인간관계의 하나다.
살아가면서 제일 어렵다는 인간관계의 문제인 만큼, 좀 더 현명한 생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아니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계속된다.
글쓴이의 다른 매거진의 글 보기.
이 위클리 매거진의 첫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