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 주가가 10년째 박스권이라는 사실을 굳이 차트를 붙여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이 유독 국내에서 냉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저평가로 꼽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에 대해 사항별로 평하고 진짜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 지정학적 리스크
2. 핵심사업의 부재
3. 지배구조 불투명
4. 공매도
1. 지정학적 리스크
1953년 휴전 이래 한반도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1년이 지났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된 나라는 노골적으로 침략 의도를 보이는 중국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대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금년 1.2~9.23일 기준 24.82% 상승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2.54%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서 주가가 하락한 것은 말이 안 된다.
2. 핵심사업의 부재
한국은 안정적인 제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셀트리온, 삼성전자우, 기아, KB금융, POSCO홀딩스
이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보면 아래와 같다. (삼성전자우 제외) 이들은 해외거래소에 상장(DR)되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비슷한 회사 저평가가 아니라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참고로 대만증시 대장주인 TSMC 시가총액은 세계 기업 8위(1,067조 원, top.hibuz.com)에 랭크되어 있으나,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20위권 밖으로 시가총액이 절반 이하(421조 원)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역량 부족을 설명하려면 내수주가 상위주식이어야 한다. 단지 수출주도 제조업에 시가총액 상위주식이 편중되어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 : 통신 및 방송 장비 제조업
SK하이닉스 : 반도체 제조업
LG에너지솔루션 : 일차전지 및 이차전지 제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 기초 의약물질 제조업
현대차, 기아 :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
KB금융 : 기타 금융업
POSCO홀딩스 : 1차 철강 제조업
3. 지배구조의 불투명
지배구조는 ESG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 지배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ESG펀드에만 해당될 것이다. 재벌그룹의 순환출자를 들어 국내증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지난해 한국의 기업 지배 구조 순위를 아시아 12국 중 8위로 평가했다. 일본(2위)은 물론, 홍콩·인도(6위)보다 낮다.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 고인물 코스피...대만은 TSMC로 '대장' 교체, 한국은 25년째 삼성, 2024.9.24, 조선일보
바로 국민연금의 존재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지분 5% 이상 투자한 기업이 281개, 10% 이상 투자한 기업이 43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곳은 KT,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 포스코홀딩스, 네이버 7곳에 달한다. 주주행동주의 입장에서 볼 때 거대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을 통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4. 공매도
개인투자자들이 반복해서 민원 제기한 내용을 받아 윤석열 정부는 공매도 금지를 수용했다. 2023년 11월 5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였으며, 공매도 금지 기간은 2025년 3월 30일까지 연장되었다. 이로써 공매도 금지 기간은 510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공매도가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공매도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는 장점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숏커버링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어 손실을 막기 위해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하방에서 급격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에 있어 공매도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롱포지션(매수)에 비해 제한된 수익률을 갖는 데다가 주식 대여에 따른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 찾기 마련이다. 공매도는 그러한 이유로 주식시장의 역사상 언제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저주받았다. 그러나 대공황 때에도 업틱룰*을 만들었지만 공매도를 금지하진 않았다. 한국은 지금 대공황보다 더한 위기를 겪는 중인가?
* 업틱룰(uptick-rule) : 공매도 때 직전 거래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규정
국장이 망한 진짜 이유
내 생각에 국장이 망한 것은 부동산이 잘 나가서이다. 나무가 지나치게 크면 주변 작은 나무가 자라나지 못하듯이 말이다. 한국의 부동산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5. 부동산(아파트) 처분의 용이성
한국의 아파트들은 단지와 타입(type), 층별로 규격화되어 있어 마치 주식처럼 거래하기 용이하다. 실제로 강남의 아파트는 임장조차 하지 않고 전화로 구매하기도 한다. 별도 통계가 없어 비교하기 어렵지만 아파트는 오래 걸리기로 악명이 높은 법원경매에서도 유찰될 일이 거의 없다. 단독주택이 1년이 넘어도 수 차례 유찰되어 매각되지 않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전세제도가 있어 자기 자본이 부족해도 임차인을 끼고 집을 사는 레버리지 매매가 가능하다.
5-1. 아파트 성애자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한국인의 지독한 아파트 선호가 있어서이다.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도 있겠지만 투자가치 때문에 아파트를 계속 구매하여 거주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9%로 전년(51.5%)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전국 가구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2006년 41.8%에서 지속해서 늘면서 2019년(50.1%)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 아파트 거주 51.9%, 단독주택은 30% 아래로[집피지기], 2023.12.30, 뉴시스
6. 수도권 주택공급의 상대적 부족
주택보급률은 수도권만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 도시재생에만 힘쓴 박원순 시장의 잃어버린 10년이 있었다. 이로 인한 서울 내 주택공급 부족이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분담금 증가로 인한 재건축, 재개발의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제는 용적률 최고로 맞춰 닭장아파트를 만들어 비(非) 조합원에게 바가지를 씌워도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 원에 달하니 재원조달이 어렵다. 시세총액 1위의 헬리오시티 같은 재건축 신화가 다시 나오기 힘든 이유이다. 아마도 한강조망의 압구정현대아파트 같은 1 급지에 거주하는 현금 여력 있는 조합원들만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
이로 인해 신규공급 주택이 계속 부족해진다. 따라서 기존 주택의 가격은 당분간 상승할 것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고점에 가까워졌다.
부동산R114가 현재 시세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약 1천190조로 2021년 정점이었던 1천210조 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07% 무려 35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감소를 이어가던 시가총액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며 덩달아 오른 것인데요, 전국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약 2천560조 원로 작년보다 약 49조 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시가 총액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탓도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50억 원이 넘는 아파트 매매는 올해 242건으로 지난해보다 60% 늘었습니다. - 서울 아파트값 들썩...시가총액 35조↑·초고가 거래 60%↑, 2024.09.17, YTN
아파트 시세총액 TOP10, KB부동산 참고로 헬리오시티 시가총액은 국내증시 20위권 수준이다.
국내증시 시총상위, 한국거래소
결론
부동산이 망해야 주식이 살아난다. 부동산 수익률이 담보되어 있는데 굳이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더 큰 바보, 아파트에 거주할 사람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1위 저출산의 위력은 국내경제가 아무리 수출비중이 높아도 지나치게 내수가 줄어들게 되면 부동산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동반하락할 것이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내수 활성화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1996∼2015년 한국의 평균 GDP 대비 내수 비중은 61.9%였다. 한국은 OECD 회원 35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을 포함해 총 41개국 중 27위에 해당했다. (중략)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후 대비를 위해 가계가 소비를 줄이거나 소비할 인구 자체가 줄어들면 내수 비중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비중이 작다는 것 자체만으로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내수 비중이 작으면 소비를 바탕으로 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제 선순환은 소비 증가가 기업 매출·생산 증대로 이어져 투자, 고용을 촉진하고 이것이 다시 소득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그러나 내수의 파이 자체가 작다 보니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크게 촉진할 만큼 소비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 경제선순환 걸림돌 소비…韓 GDP 대비 내수비중, 41개국 중 27위, 2017.12.18,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