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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Sep 03. 2024

한국은행은 무주택자의 편이 아니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진다.

한국은행은 무주택자의 편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얼핏 봐서는 한국은행은 영혼을 끌어모아 레버리지(대출)로 주택을 산 사람들을 증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장의 여신(대출) 금리는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여신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기준 COFIX는 2020년 8월 0.81%였으나 2022년 12월 4.34%까지 치솟은 후 2024년 08월 3.42%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무분별한 주택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무주택자의 편이 아닐까? 2022년 주택소유통계 결과(통계청)에 따르면 일반가구 2,177.4만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223.2만 가구(56.2%)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무주택 가구는 954.1만 가구(43.8%)이다.


전 국민의 44%는 여전히 무주택자이다.

중앙은행은 물가 인플레이션율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립한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PCI)는 전년 동월대비 2.0% 상승으로 기준 인플레이션율(2%)을 충족한 상태이다. 좋게 말하면 물가안정이지만 이는 경제발전과 물가안정이 잡힌 골디락스 존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 침체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대통령실의 이례적인 코멘트 등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는 계속 요구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23.1.13일 이후 1년 8개월 간 변동이 없다.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전자정부
경제성장률 추이, 한겨레




주택가격 상승과 무관한 무주택자들도 대출을 받는다. 자영업자도 있고, 근로소득자들 중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전체 가계여신 중 주택담보대출은 63%를 차지하므로 이를 제외한 기타 대출은 37%이다.


전체 가계대출 중 37%는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의 이자비용 증가율은 2022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다. 이자부담 영향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개인이나 국가의 소득, 명목소득을 물가 수준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이자비용은 올해 2분기 1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4.8%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12만1000원)와는 엇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자비용 증가율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략) 실질소득은 명목소득과 달리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지표로, 실제적인 가계 형편을 보여준다. 최근 2년 동안 4개 분기에서 가구 실질소득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나머지 4개 분기에서는 실질소득이 늘었지만 증가율은 0%대에 그쳐 미미했다. - 5만원 미만 추석선물만 불티…소매판매 하락세 '역대최장', 2024-09-02, 매일경제




한국은 중국처럼 개인의 부동산이 차지하는 자산비중이 70%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자산 인플레이션은 종국에는 가격 하락을 필연적으로 유발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등락은 세수(稅收)의 규모와 직결되어 있기에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선호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이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처럼 시장은 규제를 주택가격 상승 시그널로 인식할 뿐이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추이(2024년), 동아일보

역설적으로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규제를 예고하자 주택담보대출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10월 금리인하를 하기도 전에 이미 시장은 (금리인하라는) 호재를 선반영한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8조6616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9115억 원 늘었다. 5대 은행이 해당 수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추이를 보인 것이다. 종전까지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이었던 올해 7월(7조5975억 원)보다 1조3140억 원 많은 수준이다. (중략)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8월 말 현재 725조3642억 원으로 7월 말보다 9조6259억 원 불어났다. 종전 최고 증가 폭이었던 2021년 4월(9조2266억 원)보다 많다. - 규제직전 ‘영끌 주담대’… 8.9조 역대 최대 증가, 2024-09-03, 동아일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어떤가? 주택가격은 버블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가? 이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으로 국토연구원의 세계 주요 선진국과 주택가격 상승률과 비교한 데이터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수도권 기준)의 2023년 3분기 이래 주택가격의 상승률은 영국과 미국 대비 매우 플랫(평탄)하다. 쉽게 말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섰다고 볼 수 없다.


한국(수도권), 영국(사우스이스트잉글랜드), 미국(캘리포니아 등) 주택가격 매매가격지수, 국토연구원

한편, OECD 글로벌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최근 2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6.7% 역성장했고, 5년 기준으로 보면 5.9%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미국 부동산시장은 최근 2년 18.2%, 최근 5년 58.8% 성장했다.


https://kremap.krihs.re.kr/menu9/SystemIntro


물론 통계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일론 머스크의 소득과 일용근로자의 소득을 평균한 것처럼 강남 아파트와 지방 낡은 주택을 전부 한데 담아 평균 상승률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일 뿐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호들갑인 이유는 그저 '유주택자'들의 자산의 대부분을 말 그대로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러한 자산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무주택자들에게 전가된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계속 미룰수록 실질소득은 감소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차주(채무자)들은 안철수처럼 무주택을 철학으로 삼은 수천 억 원의 자산가가 아니라 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고 어렵지 않게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2022년 전국 6.3, 수도권 9.3에 달한다. 즉, 수도권에 집을 사려면 돈 한 푼 쓰지 않고 9.3년을 모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금리는 높고 대출한도는 계속 줄어든다. 반면 강남 아파트는 현금으로 구매하는 사람들 일색이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LTV(담보인정비율)는 50%이다. 다주택자는 LTV가 3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와 고급빌라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애초에 금리인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고급주택 시장이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늦어지고 대출에 대한 규제가 커질수록 무주택자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 주택가격은 안정화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주택자는 계속 무주택자로 남게 된다. 주택구매의 여력조차 없는 생계를 위한 사람들의 신용대출과 자영업자의 운전자금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주택자들은 규제의 역설로 생기는 자산 인플레이션을 계속 향유하게 된다.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는 마태효과는 계속된다.


따라서 앞에 세운 나의 가설을 조금 정정하겠다.


한국은행과 대한민국 정부는 무주택자의 편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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