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가끔은 대답조차 잘 하지 않는다. 평소 말이 많은 가정에서 자라난 나에게는 생경한 모습이었다.
오늘 아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요즘 무더운 날씨에 새로 시작한 외근 업무를 하느라 지쳤나 보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그녀는 내가 물어본 말에 대답이 없었다. 그럴 때면 나는 그녀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간다. 답답하니 뭐라도 말해달라는 애원인 것 같다.
그런데 아무 말이 없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내 서재에 들어가 타자기 대신 기계식 키보드로 시끄러운 글쓰기를 했다. 전에 아내에게 한 소리를 들었기에 문은 닫고 작업을 했다.
불현듯 인기척이 나더니 아내가 방에 슬며시 들어왔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왜 귀를 가까이 대?"
가끔씩 내가 했던 행동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내게 물어보니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하지만 더 괜찮은 답변을 줄 수 없기에 앞서 설명한 대로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고개를 갸웃대며 그녀는 다시 내 방을 떠난다. 나는 앞으로도 가끔은 아내가 말이 없으면 다시 귀를 가까이 가져갈 것 같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가는 귀가 먹는 날이 오면 아내에게 좀 더 자주 찾아가서 귀찮아 뒤로 물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조금은 서운할 수도 있지만 괜찮아. 넌 원래 그런 아이니까.
https://youtu.be/JyZK5gP-na4?si=4vr9TVHe_oFVgn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