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 없어진다면?

보이지 않는 내면을 지켜주는 나의 든든하고 단단한 습관들

by SUN

결혼식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떠난 글램핑. 이튿날 아침, 조용히 혼자 방을 빠져나와 강을 바라보았다. 조용한 아침. 지저귀는 새 소리와 함께 내 앞의 넓고 넓은 북한강을 바라보니, 감동이 내 마음에 물밀 듯 밀려 들어온다. 자연은 포근하다. 그 존재 자체로 나의 마음을 깨끗이 비워준다. 그렇게 차분히 감동을 음미하던 그 순간. 마치 강이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강한 영감을 느꼈다.



선경아,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다시 써봐.
매일 매일. 쉬지 말고, 써봐.
3년, 5년 그렇게 써봐.
그럼 돼.
무조건 돼.



올해 늦봄부터 여름까지 나는 슬럼프였다. 잠이 많아졌고, 의욕이 없어졌다. 아무일 없이 축 늘어지는 날이 많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짜증이 났다. 나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환경이 바뀌었고, 삶이 바뀌다 보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결혼식 전에 신혼 살림을 먼저 차리게 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독립을 했고, 집안일을 하게 됐다. 요리와 설거지, 빨래와 청소, 집에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장만하는 일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고 생소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에너지를 써야했다. 집안 살림을 얼추 완성하자 마자 결혼식 준비에 돌입했고, 식장을 알아보는 중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내 삶은 빠르게 돌아갔다. 내가 준비가 되었으니, 신이 주시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봤지만, 임신 초기 예민한 몸과 마음은 결혼식 준비와 맞물려 나 자신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마친 결혼식. 후련했다. 그리고 이제 슬럼프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는지, 그 날 그 북한강은 나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교훈과 영감을 주었다.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다시 쓰자. 매일 매일. 그렇게 매일 꿈을 쓰고 감사하는 하루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쓰면서, 내가 왜 그렇게 몇 달 동안 슬럼프였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를 슬럼프로 몰아넣은 것은, 바뀐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집이 바뀌고 나서, 바뀐 것은 집뿐 만이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 건강한 멘탈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게 바뀌어도 절대 지켜야 할 나의 일상을, 나는 바뀐 집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리고 서서히 잊고 있었다.


꿈을 쓰고 감사하는 마음. 고요히 내 안으로 들어가, 내 가슴의 울림을 완전히 듣는 시간. 글을 쓰고 나누며 느끼는 그 따뜻한 느낌. 벅찬 느낌. 그 소중하고 귀한 느낌을 잊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주변 환경에 휘둘려갔다.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이다. 나도 모르게 생긴 그 작은 구멍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나는 내가 겪는 모든 힘든 경험이, 내가 잠시 잊고 있는 삶의 진실을 나에게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었던 지난 석 달 간의 슬럼프는 진정 내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기억하게 해주었다. 나만의 루틴. 보이지 않는 내면을 지켜주는 나의 든든하고 단단한 습관들. 지난 석 달 간 감사일기를 쓰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바깥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바위 같은 마음은, 내가 매일 쌓는 나만의 루틴으로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그래서 매일의 그 순간이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는 나에게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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