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피며 쓰기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에 의구심이 들거나 못마땅할 때면 상대에게 되묻곤 했다. 무슨 의미냐고, 혹시 내가 생각한 게 맞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모호했다. 오히려 새로운 의문 거리가 늘어나 더 많은 물음표를 남기기 일쑤였다.
이제는 되묻기보다 나 자신에게 묻는 일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상대의 말을 지레 짐작해 해석하기보다는 표정을 살핀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눈빛과 표정을.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 있다. 꾸역꾸역 짊어져서 무거웠던 꿉꿉한 감정은 어느새 녹아내려 희미해진다. 마치 처음부터 가벼운 감정이었던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글을 쓰다 막히면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 가까운 이에게 묻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문장은 자꾸만 부자연스러워졌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의심하며 주저하다 보면 글의 흐름이 끊어지고, 처음 품었던 감정과 생각이 흐려진다.
이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글을 바라보려고 한다. 문장을 조금 떨어져서 본다. 어색한 단어를 발견해도 성급히 지우지 않고, 그 어색함을 그대로 둔다. 그렇게 천천히 바라보며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문장이 떠오른다. 내가 애써 쥐어짜 내려하지 않아도, 흐름 속에서 문장이 드러난다.
사람과의 관계도, 글을 쓰는 것도, 되묻기보다 바라보는 것이 더 많은 답을 주기도 한다. 상대에게서 직접적인 해답을 들으려 하기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다. 문장을 밀고 당기며 억지로 다듬으려 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면 어느 순간 제법 마음에 드는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많은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굳이 되묻지 않아도, 굳이 찾지 않아도. 그리고 그 답은, 처음에 내가 조급하게 찾으려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