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품은 시간들
책 속 인물들의 나이를 가늠해 보는 일은 내가 독서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지금이라면 몇 살일지 떠올려 보는 과정은 나를 더욱 깊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나이가 든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에세이나 자서전 속 작가들을 대할 때는 조금 다른 종류의 궁금증이 생긴다. 특히 그 책이 써진 시점에서의 작가의 생각과 지금의 그 사람이 어떻게 달라졌을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작가가 글을 쓸 당시의 경험과 사고는 분명히 그 당시의 환경과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테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을지, 혹은 변하지 않았을지 상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종종 인터넷을 뒤져서 그 사람의 최근 인터뷰나 SNS를 찾아보곤 한다. '그 사람이 여전히 그 책 속의 생각을 고수하고 있을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을까?'
인터뷰나 SNS에서 작가의 새로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대감에 차서 내용을 훑어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리 많은 정보가 있지는 않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은 그들이 남긴 책 속의 서사와 그 사람의 현재 서사가 맞닿는 순간을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사람의 변화된 모습이나 생각을 확인할 수 없어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그 사람의 모습 자체로 좋다.
결국 이런 상상의 과정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가와 소설 속 인물들이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며,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가늠해 보는 일은 일종의 독서 후 여운을 남기는 작업과도 같다. 특히 소설의 경우, 그 인물이 현실이라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떠올려 보는 순간, 나는 책 속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 고리를 발견하곤 한다.
또한, 이런 상상은 때로는 나 자신의 시간 흐름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당시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과거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인물의 행동이 이제는 가슴 깊이 와닿기도 한다. 어쩌면 나 역시 책 속 인물들처럼 나이를 먹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물들과 함께 살아보고, 작가의 생각을 공유하며 나만의 상상과 해석을 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상상의 끝에 가닿았을 때, 책이 주는 감동은 더욱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