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 사이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하고 싶은 말들이 혀끝에서 대롱거린다. 그것들을 놓치기 싫어 일일이 줍다 보면, 한쪽을 읽는 데 족히 10분은 걸린다. 깜깜한 머릿속에서 촛불이 켜지듯 또 쓰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일어났다 눕기를 반복하다 겨우 잠이 들지만, 때로는 아예 잠이 달아나 버리기도 한다.
문장을 건지고 생각을 건진 날에는 못 잔 잠이 덜 억울하다. 오히려 새벽이 깊어질수록 또렷해지는 정신이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책 한 줄에 붙들려 떠오른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 어쩌면 읽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 문장을 딛고 새로운 문장을 피워내는 것.
떠오른 말들을 허겁지겁 적다 보면 책 읽기는 뒷전이 되고, 글을 쓰는 일이 앞선다. 그러다 보면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핑계 삼아 내 생각을 끌어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책 속 문장은 어느새 배경이 되고, 내 안에서 피어나는 문장들이 중심이 된다.
글은 또 다른 글을 낳고, 책은 또 다른 문장을 품게 마련이니 이 흐름이 자연스럽기는 하다.
한 줄을 적으면 그 끝에서 또 다른 문장이 움트고, 그 문장을 붙잡아 옮기는 사이 처음 떠올린 말은 희미해지기도 한다. 놓쳐버린 것들을 아쉬워하다가 새롭게 길어 올린 문장에 감사하기도 한 시간이다.
그렇게 책 속 사유를 따라가다가 나의 내면 서사를 기록한다.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문장들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읽고, 쓰는 시간 안에서 유영하는 밤이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