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람 Oct 09. 2020

때로는 꽉 쥔 손에 힘을 풀어야 해요

(5) 원하는 것이 있을 때 : 안전지향  VS  목표지향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먹던 것만 먹습니다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슈퍼에 가면 과자를 고르는데 정말 한참이 걸렸다. 엄마가 손에 쥐어준 돈은 충분하지 않은데, 나는 항상 치토스나 칸쵸같이 맛이 검증된 과자를 사길 원했고, 동생은 안 먹어 봤지만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고작 이런 문제로 매대 앞에 서서 종종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 번은 동생이 징그럽게 생긴 개구리 알 젤리를 산다고 우겨서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맛없으면 어쩌려고 이걸 사?
징그럽게 생겼잖아!
   맛있을지도 모르잖아!
안 먹어보고 어떻게 알아?


매번 이런 식이었다. 결국 동생이 떼를 써서 종종 요상한 과자를 사 먹기도 했다. 그것은 성공적일 때도 있었고, 대실패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돌아보니, 동생 덕분에 우리의 ‘맛있는 과자’ 스펙트럼은 꽤 넓어져있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맛을 포기해야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이미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그것’마저 놓칠까 봐, 새로운 것을 향해 쉽게 손을 뻗지 못한다. 직장인들이 매일 퇴사를 꿈꾸지만 쉽게 사직서를 던지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심사숙고 성향


요새 MBTI 성격유형 검사가 인기다. 얼마 전 나는 갤럽에서 진행하는 강점 분석검사(Clifton Strengths)를 진행해 보았다. MBTI가 성격유형을 분류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강점 분석검사는 말 그대로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료다). 이 검사에서는 개인의 5가지 대표 특성을 뽑아서 알려주는데, 여기서 나의 첫 번째 특성으로 무려 ‘심사숙고’가 나왔다.


이 성향에 대한 설명을 몇 줄 발췌하자면 이렇다.


심사숙고 테마가 특히 강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선택을 할 때, 제반 사항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인생은 지뢰밭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달려들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당신은 위험요소를 찾고, 위험성을 재어본 다음 한 번에 한 발자국씩 심사숙고해서 발을 내딛습니다.


나를 대표하는 1번 특성이 심사숙고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는 ‘쿨함’이나 ‘과감한 도전’ 같은 단어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것이다. 기분은 별로였지만 이것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나는 ‘이거 잘 안되면 어떡하지?’를 먼저 걱정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할 때에는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서 질릴 때까지 선택지를 비교하곤 했다. 남았을 경우(stay)와 떠났을 경우(leave)의 장, 단점을 엑셀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까지 한다고?’였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내가 얻을 것 못지않게, 잃을 것에도 크게 마음을 썼다. 그래서 늘 크게 잃는 것은 없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거나 하지 못했다.



이전 07화 인생에 가이드북이 필요한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