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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Oct 07. 2020

인생에 가이드북이 필요한가요?

(4)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 안전한 루트 VS 나만의 길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취업특강, 거절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 출장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렸는지 모른다. 가지도 않을 출장까지 들먹이며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애초에 하겠다고 하지나 말걸, 무거운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입사 3년 차 때, 모교로부터 취업특강 제의를 받았다. 당시 나는 운이 좋게도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가 높은 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취업난이 심각하던 때였고, 나 역시 ‘졸업하더라도 후배들을 나 몰라라 하지는 말아야지.’하는 알량한 의리가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선뜻 제의를 승낙하기에는 무언가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선 고민해보겠다고 적당히 답변한 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며칠 후, 전공과목 교수님께 직접 부탁의 연락이 왔고, 나는 결국 취업특강을 승낙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 점이 감사하기도 했고, 미래가 막막할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았다.


그렇게 부랴부랴 취업 특강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 한 글자도 제대로 입력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영 내키지가 않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나는 자신 있게 이 곳에 취업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게 마치 인생의 정답인 것처럼?’


절레절레, 자신이 없었다. 조용한 새벽,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PPT 슬라이드와 오랜 대치 끝에 마침내 내가 후배들에게 진짜 해주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둥실 떠올랐다. 천천히 한 자 한 자 타이핑해보았다.


 ‘당장의 취업을 목표로 하지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천천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적어 놓고도... 진짜 싫었다. 어느새 나도 꼰대가 되어버린 걸까. 나도 못한 걸 후배들 보고 하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미 취업한 자의 배부른 소리처럼 들려서 좀 재수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순도 100%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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