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가 내 안의 근육을 깨웠다
2018년 겨울, 눈이 내리던 새벽이었다. 다른 날보다 공기가 조금 더 차가웠고, 그날따라 이상하게 가만히 있기가 싫었다. 그게 달리기의 시작이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체중을 조금 줄이고,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랐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삶이 조금 답답했던 시기였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는데, 그게 달리기였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세상과의 연결이 다시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공기 속을 뚫고 달릴 때면 잡생각이 하나씩 뒤로 밀려났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달리기라는 운동에 '붙잡혀 버린' 사람이 되었다.
물론 달리기 전에도 운동을 안 한 건 아니다.
헬스도 해봤다. 출근 전에 헬스장 가서 땀 한 바가지 흘리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운동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PT를 받으면서 "자세가 조금 틀렸습니다.", "오늘은 하체 데이입니다." 같은 말들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내 운동이 아닌 남의 루틴을 따라가고 있었다.
수영도 했다. 어릴 적 YMCA에서 돌고래반까지 갔던 실력이 있어서 물속에서는 나름대로 자유로웠다. 하지만 수영의 단점은 그 '후처리'였다. 집에서 가기까지의 거리, 옷 갈아입기, 샤워, 수영복 손빨래.
운동보다 귀찮은 게 많았다. 결국 운동 효과보다 '노동'이 더 크다는 걸 느끼고 그만뒀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보니 남은 게 달리기였다. 이 운동은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옷 챙겨입고 물 한 모금만 마시고 나가면 된다.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된다. 10km를 뛰고 도어락을 누르는 순간까지 딱 1시간. 이보다 효율적인 운동은 세상에 없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니 어느새 8년이 지났다.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뛰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나 이봉주 선수처럼 이를 악물고 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온 시간만큼은 나름의 자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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