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때가 왔다
어느 날인가부터 그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일과가 늘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흥미를 잃었다. 궁금하지 않다. 밥은 먹었는지, 누구랑 뭘 먹었는지, 오늘은 바쁜지, 있다가는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를 만나면서 썼던 일기를 읽어본다. 사랑에 취해 한껏 들떠있던 그때. 활짝 피어오르는 내가 부럽다. 잊을 수 없는 몇몇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떤 시간의 우리가 반복재생된다.
그를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 이별한다. 아니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이별한다. 우리의 사랑이 더 낡아지기 전에. 너무 늦기전에.
안녕.
사진 : 최랄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