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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trict Code Jan 18. 2024

미국 교육은 경쟁 없고 아이들이 행복하다고요?

아이 교육을 위해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 필독!

미디어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를 조명할 때 미국을 포함한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많이 소개한다. 예를 들면 유럽의 놀이식 교육이나 미국의 교과서나 교육과정 소개, 교육 시키지 않는 외국 부모님, 밖에서 무작정(?) 뛰어노는 아이들 등의 모습을 보면 한국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주범이고 당장 뜯어고쳐야 할 과제처럼 보인다.



소신발언을 하자면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미국 교육 경쟁은 한국 못지않다. 우선 나는 미국 생활 한지 2년미국물정을 속속들이는 모른다. 하지만 한인 사회에서 만나는 지인들은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자식을 미국인으로 키워 미국 교육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자식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경우 그 성공 과정은 자식자랑의 이름으로 공유된다. 미국 중고등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부모에게 미국 교육의 문제점도 듣는다. 직접 보고 들은 경험담을 토대로 미국 교육의 실상에 대해 5가지정리해 보았다. 미국 교육이라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힌 중첩된 실타래들 중에 실 한 오라기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1. 학생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대학에서 쉽게 사교성·리더십·협동심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운동 성적이다. 일례로 대학 면접 때 자신보다 교과점수가 높은 학생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운동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 면접관은 약간 높은 교과점수보다 운동부장을 맡았거나 팀을 승리로 이끈 노하우가 있는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러니 미국 학생들이 일찍 하교해도 미친 듯이 운동에 매달리는 것이다. 거기서 친구고 사귀고 자신만의 강점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운동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끈기·지구력·성실함 바탕으로 집중력도 필요하고 갈등 해결 방법 및 인간관계 기술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때문에 미국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운동장이나 실내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결코 그것이 여유로운 여가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회를 잡으려는 자들의 또 다른 전쟁터다. 그리고 이 사실 모든 미국 부모님들 알고 있기 때문에 자녀가 어린 나이 때부터 야구단, 체조반, 풋볼반, 수영 레슨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 미국 사회에서는 말로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교내·외에 각종 토론 대회가 있는데 거기서 상을 타면 대학 입시에 아주 유리하다. 미국 사회가 토론을 잘하는 사람을 우수한 인재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대부분 처음 시작은 투자자를 찾아가 누군가가 잘 '설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크고 작은 투자를 받는 일이거나 대중에게 영업하는 것에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관공서에서도 민원인의 설득 능력에 따라 공무원이 다른 답을 제시한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의 능력을 학생 때부터 길러야 한다. 평소에 발표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토론 수업에서 제대로 말해야 한다.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연습,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논리력과 기본 대화 매너가 필요하다. (이런 건 암기나 문제집 풀이로 되는 것 아니다.)


3.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2번의 내용과 연관되는 것으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과목에서 숙제를 에세이 형식으로 내준다. 한국이라면 대학생 때 쓰는 리포트를 미국에서는 10대부터 쓰는 것이다. 답이 정해진 오지선다나 단답형이 아니라 A4 1페이지 가득 글을 쓰면서 숙제를 하는 미국 학생들을 보면서 저렇게 한 주제를 연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학문의 본모습 같았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저런 숙제를 자주 내줬다가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릴 텐데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논설문을 쓰는 수행평가에 평가 기준을 제멋대로 바꾸며 우리 아이 글은 완벽하다고 민원을 넣었던 학부모도 생각났다. 미국에서는 글쓰기 평가에 있어서 (당연히) 문제를 출제한 교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4. 인맥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은 입시뿐만 아니라 채용 과정 전반에 다른 사람의 추천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약간 오버하자면 추천서로 결정적인 합격을 가르는 문화다. 때문에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어떻게든 좋은 평판을 얻어내야 한다. 적을 만들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추천서를 써줄 그 사람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어야 다. 워낙 다양한 인종이 섞인 나라다 보니 신뢰할만한 다른 사람의 추천의 힘이 커지게 된 것 같다. 한두 가지의 잣대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날카롭게 말해서 수능 점수만 좋으면 좋은 대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과정 자체는 단순해 보이기도 하다.


5. 돈만 있으면 명문대 가기 너무 쉽다. 부자들이 돈을 내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기부 입학 제도를 문제시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끝을 보는 나라답게 돈으로 학벌을 사는 문화조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 말은 달리 해석하면 명문대에 갈 성적이라도 돈이 없으면 못 다닌다. 그건 한국도 그렇다고? 학비의 규모가 넘사벽이다. 예를 들면 코넬대의 경우 1년에 학비가 기본 8천만 원(2023년 기준)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1년에 8천만 원 여윳돈이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장학금을 받는다면 학비는 원금의 10%, 약 800만 원 정도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부자들은 하이패스로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명문대로 가기 위 학창 시절의 엄청난 노력+장학금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부자가 아닌 학생들끼리의 서럽고 처절한 경쟁이 대학 내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평범한 미국 학생들을 보니 도무지 "저들은 한국 학생보다 편하게 산다"라는 말을 할 수없었다.


이 5가지를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학을 했던 사람이고 이 문화에 익숙하다. 사람들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배운 방법을 한국교육 시스템에 적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의 5가지가 미래의 한국 교육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 와보니 '아, 이걸 구현하고 싶구나'라며 한국 학교에서 진행된 여러 교육 정책 및 시도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포기하고 처음부터 블루칼라 노동자가 되기로 자처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과 결은 다를지라도 강도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경쟁 속에 살아간다. 다만 미국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먹고살만한 강대국이라는 점, 다양한 삶의 방식을 비교적 포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너그러운 사회적 인식이 있다는 점이 한국의 경쟁보다는 덜 극단적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한국만 벗어나면 우리 아이는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복하게 클 거라는 무조건적인 낙관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이 미국 이민을 생각하는 학부모에게 가벼운 백신 역할이 되면 좋겠다.







 자크 루소는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창 시절 동안 아이들이 경쟁에서 이기려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크고 작은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든든하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경쟁이 생존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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