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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trict Code Jan 11. 2024

미국 어린이집은 문제 행동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까?

아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메일이 왔다. 평소에 프리스쿨에서 보내는 메일은 "학부모님^^, 이번에는 이거 알려드려요~~"이런 뉘앙스로 상냥한 느낌인데 메일의 전반적인 어조가 딱딱했다. 중요한 내용임을 직감하고 파파고와 정독했다.


요지는 프리스쿨에 다니는 아이들 중 누군가가 부적절한 행동으로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적 정보가 전혀 없어서 어떤 반인지, 누구인지, 정확히 어떤 행동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대략 유추만 가능했다. 높은 확률로 우리 아이반이거나 바로 옆반일 테고, 하원 때 전체 아이들과 분리되어 혼나던 아이들 중 누군가일 것 같다.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를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괴롭히는 아이'


미국 프리스쿨에서는 어떻게 대응할까? 메일을 보면 자세히 잘 나와있다.




행동 관찰 프로세스 안내


  1. 문제 행동이 발생할 때마다 Preschool2 Me(알림장 앱)를 통해 사건 보고서가 학부모에게 전달됩니다. 교사는 행동 패턴을 감지하기 위해 2주 동안 관찰해야 합니다. 교사의 우려 사항은 즉시 관리자에게 전달돼야 하며 행동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위해 관리자가 교실에서 아동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2. 행동 패턴이 문서화되면, 우리는 부모와 만나 관찰 내용을 공유하고 학교와 집에서 행동 계획을 결정합니다. 교실에서의 행동 계획과 관련하여 어른들은 바람직한 행동의 모델이 되어야 하며 아이들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아동에 대한 언어적, 정신적, 신체적 학대(체벌)는 금지됩니다.


3. 부모와의 행동 회의 후, 아이에게 행동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2주 이상 시간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교사가 작성하고 서명한 "행동 관찰" 양식을 집으로 보내며, 관련 행동이 발생하면 매일 학부모와 행정관이 읽고 서명합니다. 양식에는 행동의 시간/상황/빈도에 대한 세부 정보뿐만 아니라 관련 행동에 대한 교사 방향 전환 전략도 포함됩니다. 그날 아이의 주목할 만한 긍정적인 행동도 기록됩니다. 가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 제공될 것이며, 부모가 자신의 제안, 질문 또는 우려 사항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4. 아동의 행동이 교직원을 방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학교는 학부모에게 연락하여 아이를 하원시킵니다. 통보를 받은 후 학부모는 1시간 이내에 아이를 픽업해야 합니다. 그러한 행동의 예로는 물기,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때리기, 물건 던지기, 10분 이상 계속해서 화를 내는 것, 물건을 파괴하는 것,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교사의 요청을 따르지 않는 것 등이 있습니다. 수업료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5. 2주 후에는 필요에 따라 행동 계획을 평가하고 조정할 것입니다. 모든 당사자(교사, 관리자, 학부모) 간의 의사소통을 구축하는 데 총 4주가 소요됩니다.


※ 자녀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등록을 종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스스로 막을 수 없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등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아동의 존재가 교육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학교가 판단하는 경우 학부모는 자녀의 탈퇴를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교사는 '아이가 고쳐야 할 행동'을 목록화한다. 관리자는 '문제 행동을 언제, 얼마나 하는지 기록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학부모에게 전달한다. 학부모는 집에서 아이의 문제행동을 체크리스트로 관리하고 문제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알려준 방법대로 교육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폭력이나 체벌은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4주가 소요되며 그 이후에도 아이의 문제 행동이 지속될 시에는 퇴원처리된다.


다시 말해, 프리스쿨에서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교사도 노력하겠지만 주된 인성 교육은 학부모가 집에서 하게 된다. 문제 학생을 프리스쿨에서 기다려주는 시간은 딱 한 달이며 그 이상은 안 봐준다는 뜻이다.


사이다 해결법이다. 이렇게 하면 교사와 같은 반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모가 해야 할 행동이 명확하다. 부모는 한 달 동안 아이가 문제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걸 못하면 아이의 학교생활과 부모의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학교를 매번 옮기거나 학교로 불릴 일이 많을 테니 말이다.


교사로서 이러한 교육 시스템이 부러웠고 학부모로서 전한 교육 환경이 보장되니 안심이 되었다.


"OO 어머니, OO 학생은 계속 문제행동을 하기 때문에 내일부터 여기 못 다닙니다. 아, 교육비 환불은 불가입니다."


한국이었다면 관리자나 교사가 이렇게 말을 했을 때 학부모들이 순순히 인정하고 곱게(?) 퇴장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 참고로, 부모가 학교의 하교(하원) 요구 혹은 퇴학(전학) 요구에 반발하여 교직원에게 소위 난리 치면 미국은 바로 경찰을 부른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사실 다음이다. 이 메일을 받은 후 하원 때마다 유난히 길게 교사와 상담하는 어머니 한 명을 볼 수 있었고, 약 10일 정도 후에는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보였다. 자주 친구를 때렸던 아이가 요즘 나이스해졌다는 아이의 말을 들었다. 솔직히 너무 이상적인 교육 모습이라 신기하기까지 했다.


문제 행동을 했던 아이의 부모는 교사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프리스쿨 지침을 따랐다. 그래서 결국 아이를 변화시켰다. 그 엄마가 아이에게 여러 선생님께 강제로(?) 인사시키는 모습, 진지하게  혹은 웃으면서 교사와 상담하는 모습을 오며 가며 봤다. 실 내가 직접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엄마가 그 메일의 주인공인지는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의 방법은 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초기에 교육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같다.






한국에서 아이가 약 1년 정도 국립 어린이집을 다녔다. 수료식 날 아이의 첫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 중 "항상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했어요."라는 문장에 특히 눈길이 갔다. 하마터면 이 문장을 못 (?) 뻔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맡길 무렵에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 문제로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불신이 사회에 만연했다. 담임 선생님의 과도한 우려와 배려를 볼 때마다 실감했다. 한 예로 아이 하원을 시키는 어느 날, 선생님이 대뜸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시는 거다. 이유는 미술시간에 물감이 아이 옷에 묻어서란다. 나는 황당해서 "네?? 미술 활동 중 아이 옷이 더럽혀지는 건 당연하죠.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리고 애들은 어차피 크면서 옷도 자주 바꾸고..."라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것까지 선생님이 아이 엄마에게 양해를 구할 문제인가 싶었다. 옷에 물감이 묻은 게 대수인가. 그만큼 아이가 물감으로 재밌게 놀았다는 증거인데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당하셨으면...' 하는 측은한 감정마저 들었다.


이랬던 나인데 어느 날 하원하는 아이 이마에 작은 손톱자국 같은 걸 발견했다.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을 보니 순간 화가 났다. 하원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가 없었다. 이건 분명 선생님의 무관심으로 일어난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앞으로 조심해 달라는 말을 야 죄책감과 분노가 섞인 복잡한 마음이 사그라질 것 같았다.


때 진짜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집으로 가던 길을 돌려 아이의 상처를 선생님께 보여줬을 것이다. 당황하는 선생님의 모습, 선생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날이 선 채로 책망의 말을 해댔을 나...


학교에서 일하면 '민망한 얼굴'의 학부모가 건네는 사과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벌어진 사건의 진위파악도 안 된 채로 학교로 찾아오거나 혹은 담임교사에게 연락해서 사건에 대해 따진다. 그 과정에서 교사에게 온갖 협박과 비난을 쏟아낸다. 나중에 부모가 아이의 사건이 자신의 오해임을 알게 되고 교사에게 겸연쩍은 사과를 는 것이다.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부모에게 전달할 때 본인의 잘못은 축소시키고 외부의 요인으로 잘못을 덮어씌운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 과실 0%를 확신한 순간, 밀려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눈이 뒤집힌 채로 교직원에게 즉각 대응한다. 하지만 힘의 우위가 극명하게 보이는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문제를 제외한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쌍방과실경우가 많다. 흔한 말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아이 말만 믿고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는 학부모를 볼 때마다, '왜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는 걸까? 조금만 차분히 사건을 들여다볼 여유는 없는 건가'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잊을만하면 상기하도록 도와주는(?) 근무환경이었기에 강렬한 교훈이 되었다.


(참고로 한국도 미국처럼 교사의 개인 연락처 공유와 학부모가 학교를 예약 없이 무작정 들어오는 일 금지된다고 한다.)


여하튼 이런 경험 덕에 아이의 이마 상처를 보고도 우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간식을 주고, 아이 낮잠을 재웠다. 생님께 어떤 식으로 말을 전달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남편이 퇴근하면 남편의 의견도 종합해서 최선의 방안을 택하기로 결론 냈다.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된 아이 사진을 보는 평소의 일상으로 차분히 복귀했다. 아이가 바로 내 옆에 있지만 사진 속 아이를 보는 건 아의 찐 재미다.


그러다가... 어제 찍은 사진에서 아이 이마 상처를 발견했다. 어이없어서 확대해 봤다. 그 상처는 이 상처가 맞다. 그러니까 아마도, 어제 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긁었거나 장난감으로 긁힌 거다. 그걸 어제 오후 내내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하원할 때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으로 발견한 거다.


만약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어린이집으로 향했으면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무고한 선생님께 줬을 상처와 무너졌을 신뢰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아이 문제에 민감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된 비장한 부모 마음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냐만은, 이 문제를 순간적인 감정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일을 키울 수도 있. 아이와 관련되면 예민하게 바짝 곤두서버리는 내 감정부터 차분히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들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성장'이라 부른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도와주되 아이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빼앗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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