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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trict Code Jan 25. 2024

알아두면 좋은 플레이데이트 속 미국 문화

플레이데이트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서로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하기 위해 사전에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만나서 노는 것이다. 미국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방법은 등하원길에 마주친 학부모에게 인사나 스몰톡 이후에 "우리 플레이데이트할까요?"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며칠 이내 문자로 약속을 구체화하거나 다음 등하원길에 구두로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문자로 집주소를 보낸다. 점심시간을 일부러 피하기도 하지만 점심 식사까지 함께 할 경우 호스트는 미리 무슨 음식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알레르기 유무를 물어본다.


아이 친구 엄마 J가 집에 우리를 집에 초대했다.



J의 집 근처 호수


디저트(빵, 미니 케이크), 장난감(미니카와 색칠북), 한국스타일 컵받침을 선물로 준비해 갔다. 아이 둘(만 3세, 만 4세)은 자석블록, 색칠공부, 클레이도우 놀이 등을 했다. 중간에 J가 사과와 물을 간식으로 줬고 12시가 되자 점심으로 피자와 과일을 대접해 주었다. 약 2시간 정도 놀았고 헤어지기 전에 J가 내 아이에게 말랑한 캐릭터 장난감을 선물로 주고, 같이 색칠한 그림도 정리해서 주었다. 집에 도착하자 J는 문자로 우리 아이를 찍은 사진을 몇 장 보내주었다.



J의 아들방
자석 블록으로 재밌게 노는 중


J와 스몰톡 주제는 아이와 하루일과, 주말에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법, 좋은 병원 추천, 아이 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치원생의 교육 이야기란 아이가 어떤 교재로 공부하는지, 어디 수영장을 다니는지, 어떤 운동을 배우는지에 대한 정보다.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내는 시간 주부의 일과도 공유했다. 이렇게 부모끼리 교류하지 않고 아이 연령이 초2만 돼도 아이만 친구집이 데려주고 시간이 되면 픽업만 해주는 형식의 플레이데이트도 있다.



J의 남편이 타준 커피-미국에서 커피는 기본적으로 라테다



미국 집에 몇 번 초대받으면서 미국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소소하지만 모르면 당황스러운 것들이라 미국 생초보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우선 집에신발을 신지 않는다면 신발커버나 실내화를 손님용으로 준비해서 옵션을 준다.


집 내부 조명이 전반적으로 지 않다. 자연광을 선호하며 약간 어둡기까지 한 실내조명이 그들에겐 아늑하게 느껴지나 보다.


주방에서는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toilet tissue (toilet paper)라 불리는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사용한다. 그래서 네모난 티슈를 식사테이블에 놓는다.


거실에 소파에는 아주 빵빵한 쿠션을 놓는다. 그게 인테리어라 생각한다. 사소한 소품부터 가구까지 내부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인다. 초대문화가 활발한 미국 문화 때문인 것 같다.


 보이는 곳에 휴지통이나 신발들을 지저분하게 놓지 않는다. 집에 공간이 있다면 최대한 시야에 안 보이는 곳에 그런 것들을 둔다.


스몰톡을 할 때 나이나 직업등 사적인 질문은 대부분 하지 않는다. 피부상태나 체형등 외모에 관한 것도 언급하지 않는다.


점심을 상당히 간단히 먹는다. 건장한 성인 남성도 샌드위치 1개 정도 먹는 수준이다. 밥에 진심이 한국인들에게는 간식 수준의 점심밥이다.


여자 선생님을 지칭할 때 teacher라 부르지 않는다. 즉 teacher(티처) ○○라 말하지 않고 Ms.(미스) ○○(first name)이라 불러야 공손한 표현이다. Ms.(미스)는 여성의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을 호칭하는 기본적인 형태다. 한국 정서상 누구 씨라고 부르는 게 더 예의 없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아니다. (*참고로 남자는  Mr.)


크리스마스 시즌에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Happy holiydays'를 공식적으로 인사말로 더 사용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인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일환인 듯하다.






[에필로그]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삶에 대해


미국에서 영어를 잘 못하고 문화 익숙하지 않삶이 유난히 거칠고 버겁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가 만약 영어를 잘하게 되고 미국 문화에 익숙해지면 그때는 내가 행복할까? 라 자문해 봤다. 또 다른 비교군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부족함이 보일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삶은 항상 이딴(?) 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 미국에 지내는 게 뭔가 홀가분해졌다. '완벽한 상태 건 영원히 나에게 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니 각종 불편함의 순간에도 '에라, 모르겠다. 불편한 대로 가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괜히 '이렇게 또 삶의 경험을 1mm라도 넓어본다'라고 습관성 의미부여도 한다. 이리저리 치이듯 살아도 결국은 살아내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참고로 영어를 못하는 이로움도 있다. 생각 없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쓸데없는 말을 안(못)하게 되면서 충동적이지 않고 중요한 말만 하는 사뭇 신중한 인간이 되었다.)


(이 글을 쓰고 며칠 뒤 집에서 인터넷 연결이 이유도 없이 끊겼는데 뭐든 느려 터지고 소통도 어려운 미국살이를 또 실컷 한탄하고 미국이라는 인격을 만들어 온갖 저주를 퍼붓는 나를 다시 마주하고, 나는 아직도 멀었다.... 고 생각했다.)



*10화 연재 마지막입니다. 함께 해주신 독자님, 작가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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