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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이응 Dec 26. 2017

안아줘

너가 말했지_2

 석이가 레고로 집을 만들다 자꾸만 블록이 무너져 기분이 안 좋은지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도와 줄테니 가지고 오라 해서 내가 다시 보수 아닌 보수를 하는데

“아~이게 아니야 아니라구!~~”

“그럼 이렇게? 석아 짜증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줘야지~”

“아~아니라구~아~”

  


시작됐다. 받아주기 어려운 땡강 섞인 짜증. 서너 번 울컥을 삼켰다 폭발하고 말았다.

“너 이거 엄마가 부순 거니? 아니잖아!.왜 계속 도와주려는데 엄마한테 짜증내!! 너 이럴꺼면 그냥 빨리 자!!”

난 거실 불을 확 꺼버렸다. 석이는 깜깜한 걸 못 견뎌한다. 새벽에 잠시 깨어도 불이 다 꺼져있음 울어버린다. 가끔 너무 늦게 자서 홧김에 불을 끄면 벌벌 떨고 땀 흘리며 흐느낀다.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난 또 다시 지독하게 굴었다. 석이는 울며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너 피곤해서 괜히 엄마한테 짜증 부리는거니깐 빨리 자! 엄마도 그냥 잘 거야!”

“흑흑...엄마....”기침을 간간히 하며 꺼억 꺼억 울어댔다.

“너가 뭘 잘못했는지 왜 엄마가 화가 났는지 생각 좀 해봐!”하고 휙 돌아누웠다. 찬이는 눈치껏 조용히 따라 들어와 내 옆에 누워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난 석이가 그토록 싫어하는 어둠속에서 등을 보이며 매몰차게 굴었다. 순간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밀어붙인다. 난 이제 조금 두렵다, 나 조차 내 감정 조절 잘 하지 못하면서  훈육한다고 책에서 배운 문장을 내것인 마냥 내뱉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엄마도 그러잖아’ 라던가 ‘엄마 너나 잘하세요’라는 눈빛을 받을까 두렵다. 그때 훌쩍거리며 석이가

“엄마..내가 레고 부러뜨렸는데 엄마한테 짜증냈어.”라고 말했다.

“그래!맞아! 잘못했지?! 너 그러는거 아니야 엄마는 도와주려고 하는데도 니가 계속 짜증냈어.

기분이 안 좋으면 엄마 나 레고가 잘 안 되서 기분이 안좋아요~라고 해야지.다음부턴 그러지마.알았지!“

아~~얘기를 하는데도 내 속이 불편하다. 내 불편한 속 달랜다고 덧붙였다.

“엄마도 그럴 때 있는데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석이도 다음부턴 그러지 않도록 하자!”

“네..”

“그래..그럼 어서 이 닦고 와”하고 다시 누우려니 석이가 말했다.

안아줘

                                 



 

그 말에 용서는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석이가 날 용서해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석이는 역시 피곤 했었다. 이 닦고 돌아와 5분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2시간이나 빨리 잠들었다. 짜증은 석이보다 더 부리고 내 뜻대로 안 움직인다고 화내고 무섭게 했는데 석이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준다. 왜 나는 석이의 짜증에 포근히 먼저 안아주지 못했을까. 그저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해주면 되는 것을. 왜 나는 남편의 짜증에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을까. 오늘은 정말로 석이의 마음을 갖고 싶다.


2017년 석이 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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