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며 정직하게 인내심 기르기
발레 하다 오늘따라 되던 스트레칭도 안 돼서 화가 났다.
이게 뭐라고.. 내 몸인데 왜 말을 듣지 않을까. 울컥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의 최선으로 끝까지 했다.
나는 강하다.
성장은 고통을 반드시 수반한다.
근육이 계속해서 높은 강도를 받고 고통스럽다면 무조건 팽창하게 되어 있듯이.
그러니 모든 것은 과정이다.
지금의 이 막막함과 고통도,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이건 제가 5년 전,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은 날 퇴근 후 발레 수업을 듣고 나서 실제로 메모장에 작성했던 글이에요. 글이 너무 비장하고 두서없어서 민망하고 웃기긴 한데요ㅎㅎ 당시에는 꽤 진지하게 서럽고 짜증이 났던 게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특히 직장 내 인간관계나 상사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내가 어찌할 수 없어서 무력감을 많이 느낍니다.
이날이 딱 그런 날이었어요. 화는 나고 부당한데 내가 따져서 바꿀 수 없는 그런 갑갑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좋지 않은 마음을 꾹 참고 간 발레 수업에서, 내 몸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런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도 발레 수업을 어찌어찌 끝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운동이 힘들어도 계속한다면 몸과 실력이 발전하는 것처럼, 일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요.
일하면서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독하게 실력을 키워 아무도 무시 못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뭐 이런 다짐이었던 것 같아요.
힘든 일과 끝에 지친 몸과 너덜너덜한 마음을 이끌고 운동을 하러 갔을 때,
그날따라 운동이 재밌고 잘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하루의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즐겁게 운동을 마치고 나면 스트레스가 가득해 예민하던 나는 온대 간데없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살다 보면 늘 즐거운 날만 있는 게 아니듯
반대로 힘든 날, 운동까지 더 힘들 때도 있습니다.
위의 메모를 남겼을 때의 저처럼요.
지금까지 운동을 시작하고 좋았던 일, 운동을 하며 깊게 깨달은 일만 쭉 썼었는데요,
사실 운동을 하다 보면 신경질 날 때도 많습니다.
특히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라면, 운동 중에 재밌을 때보다 짜증 날 때가 훨씬 많을 거예요.
근데 중요한 건요, 짜증이 나도 일단 마음먹은 대로 운동을 끝까지 해낸다는 거예요.
그래서 위의 메모에서 포인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문장이에요.
평소처럼 잘 되지 않고, 내 몸도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너무 짜증이 나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만
일단 갔으니 하기 싫다고 대충 시간을 때우지 않고, 잘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 뒤에 ‘나는 강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던 겁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운동을 설렁설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이 이렇게까지 재밌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운동은 끊임없이 인내하며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입니다.
힘든 것 참고 무게를 들어 올려야 하고,
숨찬 것 참고 계속 뛰어야 하고,
잘하지 못하는 나를 참아내며 계속 동작을 하고,
뻣뻣한 내 근육을 참고 계속 몸을 늘리려 노력하고..
그런데 이렇게 참고, 인내하면서, 힘들게 운동을 하면 할수록 운동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헬스장에 너무 큰 마음을 먹고 갔다가, 그날따라 운동이 안된다고 계획을 몽땅 다 삭제해 버리고 시간만 때우다 오지 마세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가시고, 원래 하던 일들을 하세요.
잘 되든 안 되든요.
무게를 조금 낮춰서 하거나 횟수를 조금 줄이거나, 좀 더 낮은 강도의 운동을 선택해서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힘드니까 대충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설렁설렁하다 오지 마세요.
설렁설렁하는 것과 오늘 나의 컨디션에 맞춰 운동 프로그램을 조정해 그날의 최선을 다하는 건 분명 다릅니다. ‘대충’, ‘설렁설렁’의 마음가짐으로 운동시간을 때우고 온다면, 나는 힘들게 싫은 마음도 극복하고 뭔가를 하긴 했는데, 하니 마니 한 찜찜함만 운동 뒤에 남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죠.
‘아 이럴 거면 그냥 헬스장 오지 말고 집에서 쉬기나 할 걸.’
이게 반복되면..?
점점 운동에 흥미를 잃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과 태도 에요.
일단 어떤 운동이든 하기로 마음먹고 거기까지 갔다면 그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오늘의 피곤함은 잊고 새로운 나로 리셋 된다는 상상으로 힘을 내보는 겁니다.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조금 더 밀어붙이고 못 하겠을 때 마지막 하나 더를 외치는 사람이 되었더니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도 그걸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운동하면서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제 몸과 무의식이 기억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운동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강해지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예전에 모델 한혜진 님이 어느 TV 예능에 나와서 ‘몸만큼 내가 하는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 게 화제가 되었었죠.
그만큼 몸은 내 노력에 비교적 정직하게 반응하고, 변화가 눈앞에 실질적으로 보이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내가 발전하고 있고, ‘강해진다’는 느낌을 인생의 다른 어떤 분야에서 보다 명확하게 느낄 수 있어요.
다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런 기분을 느끼려면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죠.
힘든 것을 인내하고 매번 나의 최선을 다하는 거요.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났는데 또 운동얘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저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거야? 난 그냥 살려고 하지 무슨 운동을 하든 재밌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그 친구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이것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모순 같지만 힘든 만큼 몸은 정직하게 반응하고, 내가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그럼 재미가 있어집니다. 그래서 어쩌면 즐겁게 운동하는 비법은 ‘힘들게 운동해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