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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쓰는 법 – 용인술

평범한 사람은 없다. 평범하게 쓰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는데도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성실하고 따뜻한데도 성과가 미미하거나, 능력은 충분한데도 조직이 자꾸 삐걱대는 경우가 그렇다. 많은 오너들이 이 지점에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다. 그러나 내가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달랐다.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 잘못 쓴 것이다.


한 미디어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교육과 상담을 맡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친절하고 포용력이 크며, 무엇보다 성실했다. 유튜브에 대한 관심도 많아 스스로 공부하며 준비하는 열정도 있었지만, 막상 전체적인 방향을 맡겨보니 번번이 막히고 주저앉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족함을 탓했다. 하지만 업무를 세분화해 잘하는 영역, 즉 교육 상담과 회원 관리, 그리고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하도록 맡겼더니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협회에서 함께했던 한 간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선량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지만, 표현력이 부족해 사람들과 자주 부딪혔다. 처음에는 여러 업무를 겸직하게 했더니 갈등이 잦았지만, 그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협회 중앙 조직 관리만 맡기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사람이었지만, 다른 자리에서 전혀 다른 성과를 내며 안정적인 리더로 변모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인물은 늘 수동적이었고 아이디어나 자신감이 부족했다. 회의에서도 말을 아끼고, 늘 한 발 뒤로 물러서곤 했다. 하지만 그는 힘든 일이나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해냈다. 나는 머리 쓰는 일은 과감히 빼버리고 단순보조 위주의 업무만 맡겼다. 그러던 중 그의 선량함과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살려 인스타그램에 노출시켰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며 캐릭터화가 되었고, 순식간에 팔로워 만 명을 넘기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지금 그는 협회 홍보와 캠페인에 있어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용인술의 본질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을 단순히 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관계망, 브랜드라는 큰 틀 안에서 그 사람의 성격과 관심사, 성향과 실적을 두루 고려해 자리를 설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으로 직무를 바라보는 일이다. 오너가 원하는 역할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적재적소이다.


나는 이를 위해 수없이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만약 이 사람을 전면에 세우면 어떻게 될까, 후방에 두면 어떤 효과가 날까, 한 조직에서의 충성심이 다른 조직에서도 발휘될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다양한 배치를 그려보고, 현실에 적용하며 확인해왔다. 반복되는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이 가진 관성과 습관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자리를 찾아주면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인 성과가 일어났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가 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방 탓을 하는 것보다 내가 혹시 쓰임새를 잘못 찾았는지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용인술의 핵심은 '내'가 어떻게 쓸지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안에서 '상대방'이 어떤 일을 좋아할까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이해는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상대가 행동하는 작은 신호 하나하나를 특정한 맥락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매우 도움된다. 단순히 업무 태도와 성과에 국한 될 것이 아니라 해당하는 사람의 일대기, 현재 상황, 철학, 행동, 언어표현 등등에 대해 그냥 단순히 흘리지 말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수집의 관점으로의 전환을 이뤄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또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루고 싶은지 등을 파악하고 나와 함께하는 길에 있어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비전 공유는 단순히 정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봤을 때 '아 이곳에 남아있어도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겠구나' 라는 믿음이 확실할수록 조직 충성도는 증가한다. 공감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서 이뤄진다.


물론, 이 문제는 돈을(급여)주는 입장에서 매우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돈 벌려고 사람을 쓰는 것인데 상대방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돈을 엄청나게 주는 곳을 제외한 수 많은 직장에서 이제 이직과 퇴직은 더 이상 과거처럼 무거운 일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젊은층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생겨나는데 고백하자면 과거의 나 또한 그들의 행태만 가지고 비판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고용 관계보단 공생 관계라는 관점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자 그냥 일을 하던사람이 비로소 '잘'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리더십은 이렇게 발휘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간다. 많은 리더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간 시간을 투자하여 맞혀온 상호간의 합이나 인풋을 생각했을 때 내 입맛에 맞는 새로운 사람을 뽑아 다시 재투자를 하는 것보다 시간을 통해 맞혀 온 사람과 일하는 것이 100배는 더 효율적이다. 생산적인 측면에서도 고용주 자신보단 근로자나 파트너의 성향과 성격, 비전등을 고려하여 활용하는 단기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야기하겠지만 멀리 봤을 때 훨씬 더 조직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상호간에 비전공유, 관계망 등이 초반에 형성 되었을 때를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2018년 이후로 단 한 번도 구직사이트를 통해 찾아오는 이들을 채용하지 않았다.(아예 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그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상 만남의 시작점 자체가 복리후생, 고용조건, 급여수준 등 직무보단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회사를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을 즐기기 보단 직장에 대한 관점이 단순히 경제적 수단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너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결국 내 사람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물론 충성심과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사람을 잘못 보면 손해를 보지만, 잘못 쓰면 조직이 무너진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자리에 두면 누구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확신한다. 내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그 사람을 어떻게 쓰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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