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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게 만드는 리더는 무엇인가 – 리더십

끌려오는 힘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힘

리더십은 오랫동안 끌고 가는 힘으로 이해되어 왔다. 앞에 선 사람이 강하게 주장하고, 뒤에 선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발맞추는 모습.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나는 다른 진실을 보았다. 사람은 끌려갈 수는 있어도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진짜 리더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다.


사람이 따라오게 만드는 힘은 단순한 성격이나 카리스마에서 나오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성격이 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유리하다라는 말은 의미 없다. 어떤 성향, 성격이든간에 어떻게 발휘할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것은 상대방이 살고 싶은 삶을 먼저 읽어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이 원하는 길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본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와라”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삶의 욕망과 맞닿지 않은 길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다.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는 오너의 눈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떤 순간에 가장 빛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믿음은 말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능력과 실적을 통해 과정에서 검증되어야 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 순간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일 때 사람들은 비로소 스스로 걸어 들어온다. 이 신뢰는 단발적인 결과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과 일관된 태도를 통해 구조가 된다. 내가 지켜본 모든 리더십의 본질에는 결국 신뢰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존재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희생이다. 리더가 먼저 희생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끝까지 따라오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사람에게는 어느 누구도 진심을 내어주지 않는다. 반대로 리더가 앞에서 무거운 짐을 먼저 짊어지고, 책임을 가장 먼저 떠안는 모습을 보이면, 그 진정성이 곧 가장 강력한 설득력이 된다. 사람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따른다. 희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남들이 꺼려하거나 못하는 일일수록 희생을 통한 리더십은 극대화 된다. 전쟁터에선 죽음을 불사하고 맨 앞에 서는 것, 사업 현장에선 전화통화를 붙잡고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는 것, 비즈니스 술자리에선 먼저 말을 건내고 다가가는 것 등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바로 '그릇'이라는 개념이 빛을 발휘하는데 그릇이 큰 사람은 당장의 불편함이나 불리함보단 이로인해 만들어질 이후의 효과를 기대하게 되고 작은 사람은 당장의 손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중에 밥값이나 술값을 작은 원단위까지 아끼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릇이 작은 유형이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듯 자신이 보여주는 이미지 하나하나가 모여 평판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이런 평판보단 당장의 눈앞에 이익을 좇기 때문에 돈을 아끼거나 벌 지언정 사람을 얻지 못한다.


결국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십은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생긴다. 상대방의 삶을 읽어내는 안목, 약속을 지켜내는 능력과 실적, 그리고 먼저 책임지는 희생.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사람들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며 함께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때 느껴지는 자율성이다. 사람들은 억지로 끌려가면 반발심을 갖지만,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면 끝까지 헌신한다.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은 바로 그 자율성을 설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퍼스널브랜드 역시 이 원리와 다르지 않다. 브랜드가 명확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발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브랜드가 분명하면 고객은 억지로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가온다. 1인기업이든 프리랜서든, 브랜딩 전략의 본질은 고객 유입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힘이다. 결국 창업 컨설팅의 목적 또한 마케팅 기술이 아니라 리더십의 구조를 심어주는 일에 가깝다.


용인술이 ‘사람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면, 리더십은 ‘사람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다. 맞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려면 결국 이끌어야 한다. 그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조직과 브랜드는 전혀 다른 힘을 갖는다. 오너의 덕목은 내 사람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덕목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스스로 따라오게 만드는가에 있다.


나는 그래서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한다. 리더란 앞에서 길을 비추고, 먼저 짐을 지며,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따라온다. 그리고 그 힘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신뢰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다음편에서 다룰 영업기획과 관련 된 근본적인 내용도 이번 글과 궤를 같이 한다. 잘 만들어진 영업기획은 영업 담당자들(혹은 본인)이 남의 바짓가랑이 붙잡아가며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원시적인 방법이 아니라 고객들이 먼저 찾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 결국 고도의 지성화 된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들이 스스로 깨닫고 찾아오게 만드는데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가가 매우 핵심적인 아젠다이다. 영업기획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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