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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 인적기술

처음 본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처음 만남은 언제나 묘하다. 아직 아무것도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람이 내게 다가올지 아니면 멀어질지가 이미 결정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의사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가 그랬다. 그는 두 팔을 꼬고 앉아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고민을 정확히 짚어 한마디 건넸을 때, 몸이 앞으로 기울고 눈빛이 달라졌다. 질문이 쏟아지며 분위기는 단번에 바뀌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자신이 찾던 답을 만나는 순간 마음을 연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컨설팅 현장에선 단순히 공감을 잘하고 말을 예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발휘해야한다. 초반부터 상대가 원하는 부분에 대한 것을 빨리 찾아내고 임팩트 있는 답을 줄 수 있다면 다소 불리한 협상 자리에서도 흐름을 내쪽으로 기울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통찰'을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수많은 경험과 선택이 누적되어야 한다. 당연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 쉽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이익관계가 오가는 자리에서 발휘되는 초반의 '통찰'은 외모나 행색 등 보여지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준다. 나는 평소에 꾸미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누군가는 영업이나 협상에 있어 깔끔한 외모, 수려한 말투, 좋아보이는 의류 등을 굉장히 중히 여기는데 정말 내공이 쌓인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 꾸미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이것은 +@요인이지 핵심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실력이나 수준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저서 '퍼스트브랜딩'에도 관련 내용을 기술한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아시 듯 처음에 어떤 방식의 임팩트를 남기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첫인상 효과(Primacy Effect)’라고 부른다. 처음 몇 분 안에 만들어진 인상이 상대의 태도와 기억에 길게 남는다는 것이다. 몇 년 뒤 다시 만났을 때조차 첫인상의 영향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첫 만남은 짧지만, 관계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그렇기에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과도한 비용지출이나 시간 투자보단 '내가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각인을 초반에 시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100번 1000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정도이다.


첫 만남에 내 편이 될 수 있겠다는 신호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치관이 겹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닮았을 때다. 특히 사회공헌이나 약자를 돕는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과는 금세 깊은 유대가 생긴다. 일이 아니라 사람 자체로 끌리는 순간, 관계는 더 오래 이어진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유사성 효과(Similarity-Attraction Effect)’와도 맞닿아 있다. 비슷한 경험이나 가치관이 발견되면 신뢰와 호감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다.


상담이나 만남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내 삶과 겹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군가 가족의 투병을 이야기하면 나도 비슷한 경험이 떠오른다. 그때는 꾸며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집에 아픈 사람이 없는 사람은 모르는 고통이 있죠.” 이 한마디는 상대방을 단번에 내 쪽으로 끌어당기곤 한다. 뇌과학 연구에서도 고통을 공유할 때 공감 회로가 강하게 활성화된다고 한다. 상처를 나눈다는 건 곧 마음의 언어를 나누는 것이고, 말보다 강력한 신뢰가 만들어진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끼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본다. 나와 같은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고객을 만나면, 그가 겪은 어려움이 나에게도 생생히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솔직히 들려주면, 상대는 ‘이 사람은 그냥 말만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 확신이 생기는 순간, 관계는 이미 깊어져 있다. 결국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과 솔직함에서 나온다.


협회 활동에서도 그런 경험은 흔하다. 청년단에서 스쳐간 인연이 수년 뒤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고, 컨설팅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멘토링을 마친 뒤에도 협회 간부로 합류했다. 처음 만남이 시간이 지나 핵심 동반자로 발전하는 것은 특별한 우연이 아니다. 처음부터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만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억지로 꾸미거나 계산된 방법으로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다. 언행이 일치하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일관된지, 말한 것을 성과로 증명하는지. 사람들은 이런것들을 다 지켜본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이 사람은 따라가도 되겠다.”


처음 만남은 계산된 기술로 다가가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관계의 방향을 정한다는 건 분명하다. 첫 대화는 잊혀질 수 있지만, 그때 느낀 신뢰와 진심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앞으로 평생을 함께 걸어갈 인연의 출발점이 된다.


비록 제목에 '기술'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깨닳은 방식은 기술보단 '태도'에 가깝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솔루션을 만들며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은 본능적으 자기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 상대의 대원칙은 어떤 방식이든 1) 나와의 관계가 손해보단 득이 될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리고 2) 그런 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나 믿음이 생길 때 대체로 첫 만남에도 내편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거나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런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신호나 반대로 함께 가지말아야 할 사람을 거르는 방법들도 존재한다. 브런치북은 일종의 샘플북처럼 각 파트별로 중요한 내용만을 다루고 있기에 해당글에서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지만 집필중에 있는 '프리페셔널' 완전판에서는 이 부분도 함께 다룰 생각이다.


다음 내용은 진짜 내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쓰는 법- 용인술에 대한 얘기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실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다음편에선 어느 책에도 나와있지 않은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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