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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팔리는 상품의 조건- 상품기획

한번을 팔아도 계속 팔리게 만드는 진짜 비밀

시장에서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제품과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팔리는 제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운이 좋거나 일시적인 유행을 탔다면, 후자는 구조적으로 기획이 되어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늘 새 상품을 쏟아내며 단기 매출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진짜 프로는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컨설팅 현장에서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만든 상품이 지금은 잘 팔릴지 몰라도, 1년 뒤에도 여전히 매출을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은 확신을 하지 못한다. 상품 자체의 완성도만 신경 쓴 나머지, 상품이 시장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맥락으로 반복 소비되도록 설계해야 하는지는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장치’로 기획돼야 한다. 계속 팔리는 상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상품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반복되는 결핍 해소를 다루는 명분과 프레임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만 겪는 문제보다 일상에서 계속 마주치는 불편을 더 강하게 느낀다. 다이어트 식단, 피부 관리, 회계 프로그램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끝나는 물건은 단기 수요로 그친다. 반대로 계속 쓰게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는 상품은 자연스럽게 고객을 붙잡아 둔다.


예컨데 피부 관리는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계한 뒤 시장에 론칭되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고객이 구매를 시작하는 지점부터 '피부관리는 꾸준하게 받아야해' 라는 암묵적 동의를 거치고 소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간이지나 피부 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다고 느껴질때쯤 고객은 다른 시도를 생각하기보단 '아 피부관리를 받을 때가 왔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 다시 한 번 샵에 방문하게 된다. 이미 구매 시점부터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은 배제 되어지는 것이다. 만약 피부관리는 '매 계절'마다 받아야 된다. 라는 프레임을 씌워 놨다면 과학적 근거여부와 무관하게 고객은 환절기때마다 피부샵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는 순간부터 재구매가 일어날 가능성을 심어놓는 방식이다.


다이어트 보조제도 마찬가지다. 우스갯 소리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살을 빼는 것은(건강 상태를 예외적으로 둔다면) 덜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불편하기에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살을 빼지 못한다.(나 포함..) 다이어트 보조제는 이 부분을 노려 처음부터 기획된다. '먹으면서 빠지는' 이라든지 '쉽게 뺄 수 있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사람들의 불편함을 건드려주고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한다'는 문구로 마치 보조제 섭취를 중단하면 다이어트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놨다. '우리 제품을 먹지 않으면' 이라고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이어트 자체가 평생 지속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제품을 계속 먹게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둘째, 상품에는 상징적 의미가 덧입혀져야 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라면 대체재가 무한하지만, 그 음식에 ‘건강한 아침 루틴’이라는 의미를 붙이면 고객은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기능만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내가 소비하는 그 물건을 통해 어떤 정체성을 갖게 되는지, 어떤 이야기에 연결되는지를 본다. 브랜드가 필요 없는 상품이 없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다.


셋째, 확장성을 내포해야 한다. 처음에는 소규모 고객층으로 시작하더라도, 상품이 다른 맥락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면 롱런한다. 커피전문점이 단순히 커피만 팔았다면 오래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카페’라는 문화적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공부하는 공간, 만남의 장소, 콘텐츠 생산지라는 역할을 더해 꾸준히 성장했다. 하나의 상품이 다른 영역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단순히 ‘상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반복성을 구조화해야 하고, 상징성을 입혀야 하며, 확장성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예컨대 다이어트 도시락을 1회 판매로 끝내는 대신 4주 정기 배송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면 고객은 매주 불편함을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결제를 이어간다. 음료 하나도 단순히 갈증 해소가 아니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으로 자리 잡으면 소비자는 다른 대체재를 고르기 어려워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스포츠 음료를 게토레이를 예로 들어보겠다. 만약 게토레이가 단순히 운동 후 갈증 해소 음료로만 남았다면 지금처럼 장수 브랜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초기에는 스포츠 현장의 땀을 보충하는 기본 버전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저칼로리(G2), 무당(제로), 프로선수 전용 포뮬러(프로), 단백질 보충형, 시즌 한정 시리즈까지 끊임없이 확장했다. 소비자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나는 건강을 관리한다”, “나는 프로처럼 회복한다”, “나는 시즌 트렌드에 올라탔다”라는 상징적 경험을 소비했다. 이처럼 상품 기획은 갈증 해소라는 기능을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맥락과 정체성을 덧입히며 ‘계속 팔리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커피 전문점 또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전세계 커피 소비량 2위인 이유는 단순한 커피 판매가 아니라 ‘카페’라는 문화가 기획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계속 팔리는 상품은 우연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이 빠져나올 수 없는 장치’를 심어놓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결국, 계속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핵심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반복성, 상징성,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어떻게 프레임화하여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품이 아니라 가치를 팔고, 물건이 아니라 습관을 기획하며, 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을 만든다면, 그 상품은 일시적 매출이 아니라 시간을 아우르는 자산이 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프리페셔널을 공부하는데 있어 반드시 익혀야 할 상품기획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편에선 자본주의 생존법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을 얻는 법'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이야기가 현 시대에도 정확하게 통용된다. 다만 누구랑 맞들 것인지 어떻게 알아볼 것인지에 대해 헷갈릴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내 사람을 알아보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짜 동료가 되는지에 대한 얘기를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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