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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로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 브랜드네임

무조건 기억하는 '기억의 닻'을 만드는 실무 방법

며칠 전,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가 눈에 익은 간판이 바뀌어 있는 걸 봤다. 매번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보던 색깔과 입간판의 손글씨가,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은 원래 부드러운 바게트를 팔던 빵집이었다. 손글씨로 ‘오늘도 맛있게’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입구 옆에 걸려 있었고, 그 글씨와 빵 냄새가 묘하게 잘 어울리던 곳이었다. 이곳은 최근 매출이 올라갔는지 휘황찬란한 간판으로 바뀌었다. 브랜드적 관점으로 그전 느낌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조언하고 싶었지만 그정도 사이가 아닌 관계로 오지랖 부리는 것 같아 관뒀다. 분명한건 같은 자리인데,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날 나는 이름이 바뀌면, 그 공간이 가진 공기와 표정까지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람들은 맛이나 서비스보다 먼저 그 이름을 떠올린다. 이름이 기억나야 찾아가고, 기억이 반가워야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그 기억은 종종 냄새, 표정, 계절의 공기까지 통째로 불러온다. 브랜드를 이야기하려면, 사실 이보다 훨씬 넓고 깊은 영역을 다뤄야 한다. 명분과 서사, 철학, 이미지, 메시지, 신뢰, 확산… 모두가 브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브런치 연재라는 작은 그릇 안에 그 모든 걸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한, 그리고 한 번만 제대로 잡아도 브랜드 전체를 살릴 수 있는 핵심인 ‘이름’, 그중에서도 네이밍에 집중하려 한다.(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이후 정식 출간을 예정중인 '프리페셔널'에 다룰 생각이다.) 그정도로 브랜드기획에서 좋은 이름을 짓는 것은 매출과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현장에서 퍼스널브랜드 컨설팅을 하며 깊이 깨달은 부분이 하나 있다. 생각보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형태가 단순하다는 것이다. 한 단어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그 발걸음이 고객이 되고, 고객이 팬이 되며, 팬이 브랜드의 전도사가 되는 흐름을 목격했다. 복잡한 전략보다 단 한 마디가 더 강력할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기억의 닻’이라 부른다. 닻이 한 번 내려지면, 웬만해서는 뽑히지 않는다.


내 글을 보시는 분들중 '브랜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묻는 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시대를 관통하는 부가가치의 핵심이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사기 시작했다. 티셔츠를 살때 원단이 뭔지 물어보기 전에 어디꺼야? 라고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행태만 봐도 그렇다.


브랜드를 표현하는 요소로 로고, 심볼, 네이밍, 컬러 등을 활용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표현요소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네이밍이다. 로고나 심볼, 컬러 같은 요소들은 네이밍을 보다 감각적이고 기억에 남게 전달하는 부가요소이다. 이건 브랜드 기획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디자이너분들을 폄하하는게 아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표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글'이다. 모든 콘텐츠는 '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1인기업이나 소기업, 프리랜서분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나 문장을 잘 뽑는 것이 어마무시하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배달의민족’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익숙한 단어를 엉뚱하게 조합해 웃음을 주고, 동시에 ‘배달’이라는 기능과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한 번에 각인시킨다. 그 단어 하나가 브랜드의 성격, 유머, 철학까지 압축해 전한다.('우리'라는 단어로 국뽕마케팅이 시전되었고.. 독일기업에 회사를 팔았지만..) 나는 이 원리를 한 브랜드(고객의○)에서 실험했다. 기존 이름은 길고 애매했다. 특히 유튜브 등에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인물의 아류정도의 느낌의 네이밍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퍼스널브랜드로 비즈니스 플랜을 짠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해당 인물 또한 그 부분에 공감함) 발음도, 인터뷰를 통해 철학과 서사를 단어 하나에 담아 새 이름을 만들자 인지도가 오르고, 고객 문의가 늘고, 재구매율까지 뛰었다. 최근 들은 근황으로는 해당 클래스에 등록하고자 하는 사람이 넘쳐 대기가 있을 정도라고 들었다. 물론 진입 후에 진행하는 강의 내용이 명품이기에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완벽한 네이밍이 나온 이후에 생겨난 일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본 장면은,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갖고도 이름 하나 때문에 성장의 속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였다. 이름이 길거나 어렵거나 발음이 불편하면, 소비자가 마음속으로 ‘좋다’고 생각해도 그 호감이 금세 희미해진다. 반대로, 발음하기 쉽고 부르기 편한 이름은 한 번만 듣고도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이 차이가 반복되면, 같은 품질의 브랜드라도 한쪽은 입소문이 폭발하고 다른 한쪽은 조용히 잊힌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발음이 쉽고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쉽게 꺼내 말할 수 있는 이름일수록 기억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 좋은 네이밍의 기준은 단순하다. 짧고, 말하기 쉽고, 브랜드의 약속을 압축하며, 장면이 그려져야 한다. ‘배달의민족’처럼 웃음과 그림을 동시에 주거나, ‘카카오’처럼 발음만으로 친근감을 주는 이름이 그렇다.


기억에 남는 단어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첫째,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 입에서 막히거나 혀가 꼬이면 입소문 속도가 느려진다. 둘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장면이나 감정이 그려지면 오래 남는다. 셋째,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완전히 낯선 말은 어렵지만,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에 의미가 전달되어야 한다. 설명을 들어야 이해되는 이름은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 단어나열법 이라는 카피라이팅 방법이 있다. 일단 내가 이 브랜드로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이 경쟁력인지 무엇이 핵심인지를 생각한 뒤 그에 걸맞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떠올린다. 그리고 이 단어들을 조합하여 위에 적어드린 내용과 맞닿으면 대체로 좋은 이름이 나온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네이밍을 단순히 단어를 고르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안된다. 명분, 서사, 철학이 결합되어 이미지로 그려질 때 비로소 진짜 이름이 나온다. 핵심은 듣기 좋고 외우기 쉬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퍼스널브랜드로써 또는 브랜드로써 기획자나 창업주의 아이덴티티가 정확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데 있느냐를 핵심으로 둬야 한다.


길 위의 간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공간과 기억의 결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네이밍의 힘을 느낀 사람이다. 그 힘을 설계할 수 있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의 닻'을 내리게 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프리페셔널’이 어떻게 돈이 흐르는 콘텐츠를 설계하는지 다룬다. 단순히 팔리는 글이나 영상이 아니라, 한 번 설계하면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람과 돈이 들어오는 콘텐츠의 구조를 공개하겠다. 장담컨데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 마케팅 용도로 쓰여진 내용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나는 이 방법으로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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