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단상
호감은 아주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감정이다.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려야 하는 가치다.
첫 만남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상대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오랜 시간을 통해 호감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깊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는 있다. 어떤 호감은 때로 믿을 수 없는 사람도 믿게 만들고 가능성 없는 사랑에도 투신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간극을 직면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관계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은 흔히 나이 들어서는 의리로 산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슬프게 들렸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그 의리란 사랑이 식음으로써 오는 대체제라기보다는 서로 깊이 신뢰하는 관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결국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의 매력이란(예를 들면 겉으로 드러나는 젊음과 아름다움 같은 것) 순간이고 그 껍데기가 사라졌을 때도 여전히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다만, 믿음이 아닐까 싶다.
어려서는 그런 구분을 하지 못했다. 호감 가는 사람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했다면, 이제는 좀 구분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호감과 신뢰가 다른 점이 있다면 호감 가는 대상에게는 의존을 하지 않지만, 신뢰하는 대상에게는 의존을 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다치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