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암만 7 서클 인근 한식당 드림하우스
요르단행 비행기 타기 전날, 초복을 기념하며 삼계탕을 먹었다. 열몇 시간의 비행 끝에 요르단 암만 퀸알리아 국제공항 땅에 발을 내딛고 비자 발급, 입국 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점심시간이 좀 지난 때였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현지인 직원 차에 짐을 실은 뒤 사무실로 갈 줄 알았는데 식당으로 데려갔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간판도 안 보이는 데다가 식당이 있는지도 의문인 건물로 들어갔는데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익숙한 음식 냄새와 함께 의심은 공중 분해 되었다. 계단으로 2층인가에 자리 잡은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누가 봐도 한식당이다. 한국 달력이 걸려있고 한국어가 보이는데 무엇보다 사장님으로 추측되는 분이 나와 "어서 오세요~"하고 반겨주었다. 입구 바로 옆 방으로 들어가니 앞으로 1년간 지낼 회사 분들이 모두 앉아있었다. 요르단 입성 환영과 함께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는 듯 회사에서 미리 주문해 놓은 듯한 음식이 식탁에 하나씩 깔리기 시작했다. 정겨운 반찬이 하나 둘 놓이고 본식이 나왔다. 눈앞에 놓인 국그릇을 보니 잘 삻아진 닭이 뽀얀 국물에 담겨 있었다. 맞은편에 자리한 회사 대표님은 "주말에 한국 초복이었잖아요. 그래서 준비해 봤어요. 피곤하겠다. 어서 들어요."라며 숟가락을 들었다. 잘 삶아진 닭을 발라 먹기 전 국물부터 한 술 뜨고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요르단 생활이 순탄할 것 같은데?' 한국인이 있으니 한식을 판매하고, 외국에서 한식이 인기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것 아닐까. 해외에서 하는 첫 회사 생활에 대한 걱정은 요르단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주는 회사 분들 덕에 말끔히 사라졌다. 여름휴가 계획, 여행지 추천 등을 들으며 식사를 마쳤다.
첫 방문 뒤에 서너 번 정도 더 방문했다. 갈 때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하여 반찬은 매번 바뀌었다. 원하면 제육볶음을 먹을 수도 있고, 채식주의자라면 미리 얘기하여 다른 음식을 해달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 듯했다. 한 번은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 한국 식당답게 가스버너를 식탁마다 두고, 불판을 올려뒀다. 스웨피예 빌리지에 있는 돼지고기 정육점에서 구입했을 냉동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두었더라. 쌈채소와 된장국 등까지 놓이니 한국이라고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삼겹살 정식 한 상이 차려졌다. 물론 생고기가 아니라 한국에서 먹던 그 맛과 100% 같진 않지만 타국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하며 행복하게 한국음식 먹는 그 분위긴 한국과 비교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냉동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요르단에서 먹은 냉동 삼겹살맛이 한국의 맛일 수도 있다.
2. 암만 한국식당 마루
요르단 근무 4개월 차, 몇 년간 진행되던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되었다. 사업이 잘 끝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회사 분들과 마루에 갔다. 요르단 한국 식당을 다니는 사람 사이에서 마루파와 드림파로 갈린다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집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라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첫 한식당 드림하우스를 요르단 입국하마자마 방문했던 것과 다르게 마루는 요르단 생활의 1/4 이상을 마친 뒤에야 가볼 수 있었다. 상사와 차를 타고 마루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한국음식을 파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건물이었다. 드림하우스가 4-5층 짜리 건물 한 층 중 한 칸만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마루는 전원주택 한 채 전부가 식당으로 운영되는 듯했다. 아담한 정원을 지나 식당에 들어가니 마루 또한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직원이 나와 "어서 오세요~ xx에서 오셨나요?" 하며 자리 안내를 도왔다. 이미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식탁 가운데 놓인 8개가량의 반찬과 이날의 주인공인 제육볶음. 국은 일인당 하나씩 제공되었다. 접시에 내가 먹을 만큼의 제육볶음과 반찬을 덜어와 따뜻한 밥에 얹어 바로 한 입 먹어 보았다. 내가 시작하고 마무리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사업 끝나고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회사 생활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자리라도 굳이 말을 보태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 사업이 얼마나 잘 완료되었는지, 어떤 노력을 누가 얼마만큼 했는지 등의 업무 이야기와 남이 차려 준 밥은 항상 맛있다는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이야기가 탁구공처럼 오갔지만 나는 누가 내 접시에 더 맛있는 음식이라도 놓아준 것처럼 시선은 접시에 고정했다. 음식이 맛있어서인지 이야기에 답하는 건지 모를 "으음." 소리를 내며 먹었다. 맛있는 음식에 기분이 좋아 어깨가 들썩이고 싶었지만 목만 살짝 움직이며 비언어적 몸짓으로 공을 받아냈다. 그와 동시에 바삭바삭한 전, 맛있게 매콤한 제육볶음, 간이 잘 된 반찬을 골고루 맛보았다.
첫 번째 방문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또한 회사 분들과 함께했다. 처음에는 제육볶음, 두 번째엔 감자탕과 양념치킨, 세 번째는 갈비찜과 생선조림. 하나같이 양념도 맛있고, 정성이 느껴져서 한 공기는 금방이었다. 식당에 갈 때마다 가족과 친구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내가 요르단에 있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은 "한국이냐?"라고 물었다. 부모님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잘 먹네."라며 딸의 요르단 살이가 괜찮음에 안도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세 곳과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 한 곳으로 총 네 개의 한식당이 있다. <비빔>이란 곳도 가보았는데 귀국하기 직전에 매장 이전을 해서 따로 적지 않았다. 세 곳 중 가장 내 입맛에 맞았던 곳은 마루였다. 반찬도 깔끔하고 특히 바삭바삭 구워진 전이 정말 맛있었다.
<드림하우스>와 <마루>의 가격은 예약하려는 본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식당은 회사에서 회식할 때만 가서 가격을 정확히는 모른다. 대충 한 끼에 15JD(약 3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다. 요르단 여행 중 현지음식에 질려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루>, <드림하우스>, <비빔> 세 곳을 추천한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은 가본 적도 없는 데다가 현지인 입맛에 더 잘 맞을 듯해서 따로 추천은 못하겠다. 그래도 가볼 사람을 위해 추가로 적어본다. 현지인 한식당은 레인보우 스트릿에 자리 잡아 경치는 좋다.
암만이 아닌 지역에도 한식당이 한 곳 있는데 바로 페트라에 위치한 <반석>. 숙소와 식당이 같이 운영되고 있다. 페트라에서 한식이 먹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