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끼리의 경쟁이 숲이 풍성하게 만든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d) - 성과주의

by 포레스트 하이

모든 생명체의 첫 번째 목표는 생존과 번식입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나지요.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요인 하에서 성장과 생식, 분포의 목표가 같으므로 ‘내성의 범위(limit of tolerance)’ 내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사활을 겁니다. 누가 승자가 되느냐는 결국 얼마나 많은 후손을 배출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서달산 기슭에서 하트 모양의 잎을 가진 자주색 꽃을 봤습니다. 미국 제비꽃 혹은 미국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르는 종지나물입니다. 외래종인 종지나물은 군락을 이루며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고유종인 선제비꽃은 보기가 힘듭니다. 이유는 번식 방법에 있습니다. 선제비꽃은 봄 한 철 곤충을 통해서만 번식하지만, 종지나물은 봄은 물론이고 꽃이 진 여름에도 제꽃가루받이(自家受粉)를 통해 한 차례 더 번식합니다. 선제비꽃이 당할 재주가 없는 거지요.

미국제비꽃 일명 종지나물 / 위키백과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산은 민둥산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1967년 산림녹화 계획을 필두로 세계사 유례없는 산림녹화의 기적을 일궈 냈습니다.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자연보호 헌장을 제정한 때가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 산림녹화가 몇십 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낸 배경은 무엇일까요? 어떤 학자는 연탄의 발명을 들기도 합니다. 땔감으로 에너지로 나무를 사용할 필요성을 없앴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전략적으로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 번식력이 좋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를 선택한 것도 맞는 대답입니다. 생물학자들은 밀식(密植)이라고 할 만큼 많이 심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상황은 소설가 김연수의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원래 여가 다 리기다소나무 숲이거든. 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카만 장차 목재를 생각해서 낙엽송을 심궜을 것인데. …… 여기두 사방공사를 아주 질 낮게시리 리기다소나무로 대충 해버렸다. 당장 보기 좋고 잘 자라고 손이 덜 가거든.

나무는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를 달리합니다. 햇빛, 수분, 토양 등 성장요건이 좋다면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어 느긋하게 자라고, 성장요건이 힘들어지면 더 빨리 자랍니다. 가지를 더 넓게 뻗친다든지, 혹은 더 높이 큰다는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밀식을 이용하여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킨 결과, 나무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덕에 풍성한 숲을 만들어진 것이지요.


리기다소나무.jpg 리기다소나무 / 나무위키


기업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기업의 성장을 위해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일까요, 아니면 자율성을 보장하는 전략이 효과적일까요? 경영전략에 정답은 없습니다. 경쟁에서 이긴 기업의 전략이 정답이니까요.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근로자는 연봉이 높고 경쟁이 덜한 회사를 선호할 것이고, 경영진은 속칭 월급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 싶은 유록을 느낍니다.


후배 부장이 찾아왔습니다. "성과급 차등 폭을 더 확대하자고,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하자고, 메기 효과를 활용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금전적 보상만으로 직원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인정 욕구의 충족, 회사 만족도 제고 등 내재적 동기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 역사학자 토인비가 공산주의가 메기가 되어 정체된 서구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술한 데서 유래했지요.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을 주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최근 금융산업의 긴장과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카카오 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메기를 풀어놓은 정책을 생각해 보세요. 가구시장에서의 이케아 브랜드의 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메기 효과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인사관리 측면에서 작동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과 같이 사실상의 종신고용 정책과 강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 가지 더, 초고령화 시대의 도래입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정년은 65세까지 연장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을 동기유발 요인으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성과주의를 확대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직원 사이에도 엇갈리기도 합니다. 성향과 역량에 따라 성과주의 확대를 지지하는 쪽과 연공주의 강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나뉘지요. 무한경쟁, 4차 산업의 시대, 기업이 신경 써야 할 구석도 많지만, 개인도 직무, 역량, 경력개발 등 준비할 일로 죽을 지경인 듯합니다. '다들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자본주의 기차에 올라탄 셈이지요.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책을 읽어 보셨는지요?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가 1953년에 발표한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양치기 노인이 50년 동안 프로방스의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숲으로 가꾼 내용입니다. 변화는 아주 더디게 오지만 누군가 시작은 해야 합니다. 유튜브 검색하시면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 소개합니다.

바람도 씨앗들을 퍼뜨려 주었다. 물이 다시 나타나자 그와 함께 버드나무와 갈대가, 풀밭과 기름진 땅이, 꽃들이, 그리고 삶의 이유 같은 것들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아무런 놀라움도 주지 않았다.
The wind, too, scattered seeds. As the water reappeared, so there reappeared willows, rushes, meadows, gardens, flowers, and a certain purpose in being alive. But the transformation became part of the pattern without causing any astonis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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