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세계의 내부자 X-Man 덩굴류

크랩 멘털리티 – 샤덴프로이데 – 옆집 염소 죽이기

by 포레스트 하이

줄기가 곧추서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 자라는 식물을 덩굴식물이라고 합니다. 칡, 등나무, 나팔꽃과 같은 식물이지요. 칡은 왼쪽 시계 반대 방향으로, 등나무는 오른쪽 시계 방향으로 감고 올라갑니다. '우칡좌등'으로 외웁니다. 그래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을 칠과 등나무의 관계, 갈등(葛藤)이라 불렀지요. 옛사람의 관찰력이 놀랍습니다. 3세기가 끝날 무렵 중국 진(晋)나라 승려 축불념(竺佛念)이 쓴『출요경(出曜經)』에 처음 등장한 말이며, “칡덩굴이 나무를 감으면 나무는 고사하는데, 애욕 또한 그러하다”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칡꽃등꽃.jpg 칡 꽃(왼쪽)과 등꽃(오른쪽) / Pixabay


환삼덩굴 또한, 덩굴식물입니다. 잎은 손바닥 모양인데 줄기에 잔가시가 많으며, 들판, 빈터, 개천과 강 주변뿐 아니라 도심 속 축대, 아파트 담장 밑, 쓰레기장 주변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식물을 감고 자라면서 그늘을 만들고, 아래쪽 빛을 차단하여 식물을 고사시켜버립니다. 환삼덩굴은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아, 일단 침입하면 웬만한 식물 서식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초토화되어 버립니다. 그런 탓에 환경부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했는데, 외래종이 아닌 토착종이라는 점이 의외입니다.

환삼덩굴을 다섯 장에서 일곱 장의 잎을 가진다 / Pixabay

환삼덩굴은 뿌리를 뽑아 버려도 좀체 사라지지 않습니다. 흙 속에 씨앗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어 뽑는 순간 씨앗이 퍼뜨려지기 때문이지요. 잔디의 번식 전략과 같습니다. 여의도 샛강을 걷는데 다섯 장의 잎을 가진 환삼덩굴을 예쁘다고 만지려는 딸에게, 생태계 교란 식물이며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만지지 말라고 가르치는 아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환삼덩굴은 다른 식물이 잘 자라는 꼴은 보지 못하는, 발목 잡기 전문가입니다.


발목 잡기는 조직에 있어 고질병과도 같습니다. 그 출발점은 질투나 시기의 마음에서부터입니다. ‘아비투스(Habitus)’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겁니다.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사회적 습관이란 개념입니다. 2019년 독일의 컨설턴트 도리스 메르틴이 ‘인간의 품격을 구분 짓는 7가지 자본’이라는 부제로 『아비투스』를 펴내 세간에 널리 알려졌지요. 책의 서문은 ‘크랩 멘털리티(Crab Mentality) 효과’로 시작합니다.


어부가 게를 잡아 바구니에 넣어 두면 뚜껑을 덮지 않아도 한 마리도 탈출하지 못하는데, 바구니를 올라가는 게를 아래쪽 게가 끌어내리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오르는 게’가 될지, 다른 게가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게’가 될는지 선택하라고 합니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들의 판단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 더 속 편한 일이다.


MIT 경제학 교수였던 찰스 킨들버그 교수가 금융위기의 역사를 진단하며 한 말로 잘 알려져 있지요. 거품현상의 원인을 시기심으로 분석한 통찰이 인상적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구두장이는 구두장이를 질투하고, 목수는 목수를 질투한다.”라는 말을 했다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기심은 사람의 평정심을 갉아먹는 녹과 같다는 생각은 공통인 듯합니다.


거짓말에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이 있듯이 시기심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악의의 시기심(malicious envy)’ 혹은 ‘검은 시기심’입니다. 근거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고, 장점을 뒤틀어버리지요. 술자리 가벼운 뒷말이 대나무 숲으로 옮아가고 심하면 투서로 발전합니다. 내부자와 X-Man이 양성되는 과정이지요. 조직문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입니다. 저도 “내가 잘되길 원치 않는 사람이 50%를 넘는다."라고 늘 적을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지요.


다른 하나는 ‘선의의 시기심(benign envy)’ 혹은 ‘하얀 시기심’입니다. 나보다 나은 상대를 먼저 인정하는 겁니다. 그의 장점을 취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거지요. 전형적인 협력적 공진화(coevolution)의 모습입니다. 이때 회사가 할 일은 인사와 승진, 성과 배분 등에서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운동장만 평평하게 해 주면 됩니다. 최근 공정이 화두가 되고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회사 내에는 수많은 갈등 요인이 존재합니다만, 최근에는 세대갈등이 가장 심하지요. '베이비 붐 – X – Y – Z –밀레니얼' 등 다섯 세대는 기본이고, 세대 내에서도 2~3년 단위로 쪼개야 할 정도로 갈등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젠더 갈등은 어떻습니까? 곁으론 평화롭지만, 블라인드와 SNS는 페미니스트 논쟁, 김치녀, 된장남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의 압승이 점쳐졌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지요. 잘나고 똑똑한 힐러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조차 시기의 대상이었다는 분석이 유독 솔깃합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의 9장「불평등과 빈곤」의 첫머리는 러시아 민담으로 시작합니다. 불평등의 깊은 곳에는 참을 수 없는 시기심의 가벼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농부 이반은 이웃 보리스에게 샘이 잔뜩 나 있다. 보리스한테는 염소가 있기 때문이다. 요정이 와서 이반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반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버렸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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