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체스터 전략 – 니치 전략 - 프리젠티즘 - 업스킬링
잡초는 이름이 없는 풀인가요? 잡초는 국어사전에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로, 위키백과에는 “인간에 의해 재배되지 않고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잡다한 풀”로 뜻풀이되어 있습니다. 『산림 임업용어사전』에는 "초본식물로서 임지에 발생해서 임업상 해로운 것”으로, 경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쓸모가 없다는 뉘앙스가 강하지요.
잡초는 생활방식에 따라 한해살이, 두해살이, 여러해살이로 분류되지만, 일반적으로 형태적 특성에 따라 분류됩니다. 잔디, 강아지풀, 억새와 같은 '볏과 잡초', 괭이밥, 망초, 토끼풀, 냉이와 같은 잎이 넓은 '광엽 잡초' 그리고 사초와 같은 '방동사니과 잡초'를 말합니다. 잡초라는 말에서 우리는 강인함, 생명력, 끈질김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잡초 같은 인생, 민초(民草) 할 때 느낌 말입니다. 잡초는 어떤 생존 전략을 구사할까요?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학 수업』에서 식물은 불리한 환경은 피하고,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번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①경합형(Competitive), ②스트레스 내성형(Stress tolerance) 그리고 ③교란 적응형(Ruderal)의 ‘C·S·R 세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보통의 식물은 경합형 전략을,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은 스트레스 내성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잡초는 어떨까요? 잡초는 자연에서 절대 약자이기 때문에 교란 적응형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니치(niche)’를 찾았다는 말이지요. 니치는 생태학적으로 생물이 가장 생존하기 우월한 포지셔닝 영역을 말합니다. 틈새 마케팅, 틈새 전략은 여기서 착안하였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로서는 잡초의 번식 전략에 대해 두 가지 전략만 이해하면 어는 정도 아는 척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량 복제와 스피드 전략입니다. 잡초는 땅속에 무수히 많은 씨앗을 종자은행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들 씨앗은 땅속에서 싹을 틔울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뿌리가 뽑히면 얼씨구나 하고 땅 위로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햇빛을 받자마자 바로 활동을 시작하여 일주일이면 자라기 시작합니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싱아’의 정식 이름은 괭이밥인데, 주변에 흔해 빠진 괭이밥이 그런 특징을 보입니다.
두 번째는 생장점(growing point)을 낮추는 전략입니다. 대부분 식물의 생장점은 줄기나 가지 끝에 몰려 있습니다만, 잡초는 생장점을 거의 땅바닥에 밀착시켰습니다. 잔디와 억새와 같은 볏과 식물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골프장 그린 잔디를 떠올려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잔디는 생장점이 거의 뿌리에 닿아 있어 잘라도 잘라도 금세 다시 자라는 거지요.
요약하면 식물은 생존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데, 잡초는 교란하고 적응하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해 지금의 니치를 찾았습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공중전을 시뮬레이션한 '란체스터 전략'이 원류입니다. 이를 마이클 포터 교수가 경쟁영역, 경쟁우위 요인, 집중화 및 차별화 전략으로 발전시킨 것이지요. 어쨌든 초기 시장 진입자나 약자들은 정상적인 전략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우니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입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틈새 전략'은 직무에는 어떤 시사점을 줄까요? 회사의 직무에는 인사, 재무, 영업, 전략, 구매, IT 등 세분화하면 수십 개가 넘습니다. 우리로서는 모든 직무에 전문가가 될 수 없으니 가장 잘할 수 있는, 다시 말하면 경쟁우위에 있는 1~2개 직무를 선택한 후 집중하는 방안이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틈새 전략으로 가면 직원들이 회피하는 힘들고 어려운 직무를 지원하여 경쟁 영역을 확고히 하는 것도 고려함 직합니다. 해외 현장이나 지방 근무 혹은 꼭 필요한 직무지만 관심이 낮은 비인기 직무 같은 거지요.
'공작새 효과'라는 말과 같이 대부분의 직원들이 빛나고 알아주는 자리를 탐하니, 경합형 전략으로는 완전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선인장처럼 내성을 키우거나 잡초처럼 교란하는 전략이 좋겠지요.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대체 인재가 없거나 희소한 비경합성 인재가 되어야만, 현재 가치는 물론이고 미래의 몸값 산정에도 월등히 유리하겠지요.
조직이론에는 세 부류의 인재가 있습니다. A-Player(핵심 인재), B-Player(일반 인재) 그리고 C-Player(저성과자)입니다. A-Player는 회사를 떠날까 노심초사 지켜봐야 하고, B-Player도 자기의 몫은 하고 있으므로 그다지 관리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C-Player로 불리는 속칭 저성과자 혹은 잡초로 불리는 직원입니다. 성과주의의 신봉자 GE의 잭 웰치 회장은 『위대한 승리(Winning)』에서 하위 10%의 저성과자는 매년 무조건 해고하랬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고민이지요.
저성과자는 조직에는 심각한 골칫거리입니다. 놀러 온 것인지 일하러 온 건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고, 사고를 치지 않으니 해고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또박또박 출근하여 자리는 지키지만 일은 하지 않는 '프리젠티즘(present ism)' 소위 영혼 없는 출근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국내 대기업 조사에 의하면 직원 중 10~15% 정도를 저성과자라고 합니다. 이들은 조직 만족도 및 조직문화 저해, 기업 이미지 훼손 그리고 존재 자체가 성과 방해의 요소가 되고 있지요.
성과를 내지 못하므로 누군가는 그들의 업무를 대신해야 하지만, 요즘 세대는 절대 남의 일을 떠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팀장이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저성과자 관리를 위한 ’ 업스킬링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외부 연수 대행업체에 맡기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업스킬링(Upskilling)은 현재의 직무를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하거나 난도 높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리스킬링(Reskilling)과는 차이가 있지요.
미국의 사상가이자 평생 자연을 사랑한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는 아직 장점이 발견되지 않은 식물일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장점을 찾는 노력이 더 힘든 법이지요. 『잡초는 없다』는 서울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하다 농사꾼으로 변신한 윤구병의 책입니다. 잡초는 쓰기에 따라 약초가 될 수도 독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잡초와 화해하려 노력했지만, 잡초임을 인정하는 것도 소중한 깨달음이 되네요.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이 그냥 잡초만은 아님을 깨닫는 소득은 있었지만, 그것은 반만의 깨우침에 지나지 않았다. 잡초가 잡초임을 깨닫는 것도 소중한 일깨움이라는 생각은 뒤늦게 떠올랐다.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