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소나무가 될 수가 없다면

죄수의 딜레마 - 파레토 법칙 - 포지티브 섬 전략

by 포레스트 하이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나무입니다. 애국가에까지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등장하고 보면 조상들의 소나무 사랑은 유별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소나무 벌목 금지법인 송금(松禁)까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소나무는 왜 남산 아래도, 중간도 아닌, 굳이 남산 위에 터를 잡았을까요? 숲의 천이 과정을 알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이 살지 않는 헐벗은 땅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지의류와 이끼류가 똬리를 틉니다. 곧 크고 작은 풀들이 뿌리를 내립니다. 세월이 흐르면 떨기나무(관목 灌木)가 덤불을 만들고, 이내 소나무 씨앗이 날아와 자랍니다. 아직 끝은 아닙니다. 이내 그늘을 좋아하는 활엽수들이 숲을 구성합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등 활엽수로 구성된 극상림(極上林, Climax)을 이룹니다.


소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소나무는 양수(陽樹)입니다. 토양이 척박하고 햇빛이 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요. 키 큰 교목의 시대를 여는 나무라고 하여 선구목(先驅木, pioneer tree)으로, 초기 숲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여 개척목(開拓木)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소나무 다음으로 정착하는 활엽수 - 음수(陰樹) -가 숲의 중심이 되면, 양수인 소나무는 정처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산 정상 부근에 터전을 마련합니다. 산꼭대기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입니다.


소나무(설악).jpg 설악산 바위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 Pixabay


회사는 다양한 군상이 모인 고도의 유기체 조직입니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만 하면 작동하도록 설계된 자동인형과 같지요. 누군가는 소나무가 되고, 누군가는 활엽수, 떨기나무, 풀과 이끼의 역할을 해 줘야 합니다. 물론 케이크 위에 놓인 맛있는 버찌만 챙기는 얌체족(cherry picker)도 있고, 직원인지 학생인지 모를 무임승차자도 있을 겁니다. “나만 혼자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겠지요.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파레토 법칙' 혹은 '80 대 20의 법칙'이 있습니다. 역량 있는 20%의 인재가 회사를 먹여 살리고, 20%의 제품이 수익의 80%를 창출한다는 경영 용어입니다. 합격 통지서를 받고 출발선에 서면 누구나 산꼭대기의 소나무를 꿈꿉니다. 소나무와 같은 선구목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소나무 홀로 자라는 숲 생태계는 존재하지 않듯, 모두가 소나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조직과 직위를 두고, 거기에 맞는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 위임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를 아시지요? 둘 다 자백하는 길만이 형량이 가장 적고, 어느 한쪽 혹은 모두가 배신하거나 협력하지 않으면, 차악(次惡) 또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최선의 결과는 협력에 있습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나 혼자만 살겠다고 협력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배신을 때리면 자신의 이익은 극대화되겠지만 조직 전체로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1981년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교수가 저서 『제로 섬 사회』를 발간하자 세계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원이건 부이건 무조건 합이 ‘제로(0)’가 된다니 말이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일득일실(一得一失)이란 말이 보여 주듯 약육강식의 사회라고 단정 짓기는 허무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기부, 재산의 사회 환원과 같은 논 제로섬 사례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많은 연구 끝에 학자들은 '논 제로섬 게임'이 가능함을 증명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더라도, 다른 쪽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입니다. '반복-상호 가설 게임' 혹은 'Tit-For-Tat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요약하면 내가 잘해 주면 상대방도 잘해 줄 것이라는 기대로 서로 협력한다는 이타적 행동입니다. 포지티브 섬 사회가 이론으로 증명된 것이지요.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협력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자주 되뇝니다. 하지만 입사했을 때의 굳건한 마음은 흔들립니다. 먼저 승진한, 강남 아파트를 마련한,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동료가 부럽습니다.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느새 꼰대, 철밥통, 젖은 낙엽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나무만 홀로 서있는 숲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회사가 그 자명한 이치를 왜 모르겠습니까?


더글러스 멜로크의 시 <당신이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숲을 공부하고 나서야 숲의 천이 과정을 역으로 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소나무-활엽수-덤불(떨기나무)-풀-이끼의 순서로 말입니다. 영어 제목은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인데, ‘무엇이 되었건 그 자리에서 최고가 돼라’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저는 둘째 연이 좋습니다.


우리는 다 선장이 될 수 없다. 선원도 있어야 한다 / …… / 우리는 누구나 쓸모 있는 존재다. / 해야 할 큰일이 있다. 또한 작은 일이 있다. /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까이 있다 / …… / 승리와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 당신의 최선을 다하라
We can't all be captains, we've got to be crew / …… / There's something for all of us here, / There's big work to do, and there's lesser to do, / And the task you must do is the near. /…… / It isn't by size that you win or you fail /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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