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임산부 특별 대우를 받아서 행복했지만, 그 보다 더 특별한 것은 가족과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응급실에 있을 때 가족들은 멀리서 나와 함께 울었다.
남편이 가족들에게 유산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하여 나에게 혼이 났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가슴 아파할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덜 슬퍼해야 했다. 언제나 가족은 어둠 속에서 나를 스스로 고립되지 않도록 해준 존재이다.
기쁨을 나눌 사람은 많지만, 결국 슬픔의 몫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이다.
만약에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난다면
남편은 평소에도 나를 너무나 아껴주고 걱정하는 사람이지만 유산을 겪으면서 나는 그 고마움을 마음 깊숙이 새기게 되었다.
귀여운 남편은 내가 과다출혈로 저세상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응급실에서 너만 있으면 된다고 사랑고백을 했고, 내가 울 때는 손을 꼭 잡아주었다. 보는 눈이 없을 때는 안아주고 뽀뽀를 해주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온전히 감싸준 위로였다.
이 남자와 동반자가 된 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불운이 찾아와도 그 몫을 다 치르고도 남을 큰 행운인 것 같았다.
이번 일로 우리 부부는 ‘무언가’ 더 단단해지고 끈끈해졌다. 그것은 내가 아는 사랑도 아니고 전우애나 신뢰로 표현하기도 맞지 않는 무언가이다.
아이가 있건 없거나 간에 앞으로의 우리 삶은 꽤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