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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Oct 23. 2021

아무것도 아닌 우리도 한다/김용만

1년 정도 매일 글을 썼습니다. 일기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 속에 그날 있었던 일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우연인지 이때 제 블로그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유입자수도 증가했고 포털 메인에 제 글이 뜨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다행히 악플보다는 공감의 댓글이 많았고 모르는 분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일상이 바빠져 글쓰기에 소홀해졌습니다. 마침 ‘별글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고 최소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편 쓰는 게 뭐가 힘들까? 쓰면되지’라는 생각으로 겁 없이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달랐습니다. 의무감 없이 글을 썼던 것과 구독료를 내시는 독자분께 전달하는 글은 달랐습니다. 글 쓰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어찌어찌 글을 완성해가다 보니 어느새 시즌 4가 되었습니다. 시즌 4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딘 별글 작가님들과 저를 칭찬합니다. 수익을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글  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책 한 권의 분량이 되었고 이제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책으로 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매주 한편의 글을 구독자분들께 보낸 다는 것은 특별했습니다. 적어도 돈값은 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글을 100% 만족하는 작가는 없을 것입니다. 초안을 쓰고 다시 읽으면 어색해서 수정하고  또 다시 읽으면 부자연스러워서 고치고 고치다 보면 전혀 다른 글이 되었습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뭐였지?’를 떠올리며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니 한가지 방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꾸미지 말자.’


더 예쁜 글, 더 감동적인 글로 포장하려다 보니 글을 꾸미게 됩니다. 꾸미다 보니 내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처럼 변했습니다. 제 필력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게 내 글이야.’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적어도 별글 구독자분들께서는 아픔을 주지 않았습니다. 되레 격려와 힘 나는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누군가가 글을 읽고 위로받았다는 것, 힘을 얻었다는 것이 큰 용기를 줬습니다. 완벽한 글이 아니지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시즌 4가 끝나고 시즌 5가 시작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 내는 것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 부담 덕분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글이 책으로 세상과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책으로 나온다면, 지금 이 글을 책을 통해 읽으시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우리도 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도 좋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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