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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을까?

미야코지마 여행 마지막 날

by 제이
돌아오는 날 -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미야코지마를 즐기기에 바빴다


별을 보고 와서 10시가 한참 넘어서 늦게 잠들었지만(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예전엔 초저녁이라 느끼던 시간이 이제는 오밤중으로 느껴진다), 아이들은 변함없이 아침 7시가 되자 눈을 떴다. ㅎ


오늘은 미야코지마를 떠나는 날.


간단하게 과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짐을 정리하고 오전 9시쯤 숙소에서 체크아웃했다.


사실 이날은 오후 4시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정을 정해놓지 않고 그냥 해변에서 조금 놀다가 공항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출발 전에 아이들이 아직 바다거북이를 못 봤다며 아쉬워했다. 어제 스노클링 후 바다거북이는 어디 있냐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바다거북이 인형을 사준 것이... 오히려 바다거북이를 못 봤다는 걸 계속 상기시켜 주는 매체제가 된 모양이다. 이런...


미야코지마 이야기를 하며 아빠가 그렇게 바다거북이를 보러 간다고 홍보(?)를 해 놓았으니, 서운해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바다거북이를 찾아서 – 시 스카이 하크아이


"어디로 가야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을까?"

급하게 생각해 낸 곳은 여행 셋째 날 등대를 보고 돌아오던 길에 지나 온 시라가 해변이었다. 거기서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다는 걸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았다.


그렇게 검색하여 찾아낸 곳이 바로 시 스카이 하크아이(シースカイ博愛).


그냥 해변에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해변에 가면 온몸이 모래 범벅이 된 상태로 샤워도 없이 비행기를 타야 하고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다거북이를 반반의 확률로 볼 수 있다는 시기라 리조트의 스노클링 투어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큰딸아이 외에는 바다거북이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반잠수식 수중 관광선이었다.


다행히 비수기의 월요일 아침이라 예약이 가능했고(급해서 전화로 예약함),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가는 운전 해서 가는 길에 선착장을 보고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고 남편은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서 운전을 하고 있어서, 표식이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검색과 예약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남편이 빙 돌아서 차를 운전해 도착한 곳은 보트 탑승 장소에서 도보로 30분 이상 떨어진 주차장이었다.


그때 알아차리고 전화를 해서 선착장 주변에 주차장이 있는지 빨리 물어봤어야 했는데(선착장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다). 주차를 하고 나와서 보트를 타는 곳이 보이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고 직감하고 전화를 한 것은 이미 한참을 걷고 난 뒤였다.


출발시간 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도보로 30분 떨어진 선착장까지(이건 어른 기준 스피드다...ㅠ) 결국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는...이휴...


신비로운 바닷속


선착장에서


보트가 많이 흔들릴까 걱정되었기에 멀미를 잘하는 딸에게 미리 멀미약을 먹이고 탑승했다. 예상보다 보트의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고, 바다 위가 아닌 바닷속에서 이동하는 구조라 큰 흔들림을 느끼지 않았지만 보트에서 내리고 나니 나는 속이 아주 약간 메스꺼워졌었다. 불안하다면 꼭 멀미약을 챙겨가길 바란다.


미야코섬에서 처음으로 갔던 해중공원에서는 물고기들이 해안에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잠수 보트를 타니 해안에서 훨씬 더 멀리 이동해 수심 25m의 바닷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수영도 못 하고 바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이런 경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산호초와 정말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았다.



아이들도 책에서만 보던 바닷속 풍경을 실제로 보며 신기해했고, 운 좋게도 작은 바다거북이가 눈앞에서 헤엄치다가 깊은 바다로 사라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고 한다. 가족 중에서 나만 못 봤지만… 흑.


갑자기 부랴부랴 찾아낸 수중 관광선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게 45분간의 바닷속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주차장 근처의 시라가 리조트 쪽으로 이동했다.


시라가 리조트에서의 점심과 마지막 해변 산책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또 해변에 가고 싶어 했다.


보도로 이동한 덕분에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차를 주차해 둔 시라가 리조트 주변의 해변에 가기로 했다.


비수기라 그런 건지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아 결국 리조트 안에 있는 가격이 꽤 비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남은 시간 동안 30분 정도 시라가 해변에서 물놀이를 했다.


우리가 검색만 제대로 했다면 1시간 정도 충분히 놀 시간이 있었을 텐데. 엄마가 미안타...



시라가 해변의 모래는 조금 굵었지만, 도구치 해변처럼 파도가 거의 없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은 물에 발만 담그고 걸으며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블루 터틀 팜 망고 카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두고 떠났다


공항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공항에서 나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블루 터틀 팜 망고 카페’였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4시였는데, 카페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2시. 시간이 너무 빡빡했지만 꼭 가고 싶어서 들른 곳이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기에, 급하게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카페는 정말 깨끗했고, 인테리어도 예뻤으며, 야자수 나무가 심어져 있는 정원에서는 큰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정원에서 바라보는 카페 입구


떠나기 직전까지 … 아직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급하게 공항으로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지자, 허겁지겁 기름을 넣고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다. 급한 마음에 짐을 거의 던지다시피 하고 공항으로 가는 밴에 올라탔는데…이런… 막내 딸아이의 운동화를 그대로 두고 내려버렸다.


미야코공항은 규모가 작아 체크인에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하니 꽤 여유가 있었다. 탑승구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 기념품으로 아이들 양말과 스낵을 몇 가지 산 후, 20분 정도 대기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녁 6시 30분 정도가 되어 다시 하네다의 공항에 도착, 도쿄의 콘크리트가 가득한 풍경만큼이나 겨울스러운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난 미야코지마에서의 우리 가족의 꿈만 같던 4박 5일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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