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코지마 여행 넷째 날 - 오늘도 바다 바다 바다
미야코섬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 하루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바빴다. 운이 좋게도 낮기온이 26도까지 오르고 날씨가 좋아 오늘은 이라부 섬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별을 보기로 정해놓고 하루를 시작했다.
가볍게 과일을 먹고 출발, 또다시 시마노역에 들러 빵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서부의 큰 섬인 이라부(いらぶ, 伊良部) 섬으로. 이 섬은 크기가 커서 인지 비행장도 있고 실제로 한국에서 온 여객기가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국제선도 운항을 하는 걸까?
이곳에는 내가 유일하게 꼭 보고 싶었던 관광명소인 토오리이케(通り池)가 있었다.
두 개의 연못이 밑에서 연결되어 있어 토오리(뚫려있는) 이케(연못)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는 명소인데, 며칠전 관광지 팜플렛에서 사진을 보고 꼭 한번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토오리이케 까지 가는 숲길은 무척 예뻤다. 덕분에 따가운 햇살을 피하며 시원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연못을 보고 나서는 절벽 근처까지 연결되어 있는 길을 걸으며 풍경을 즐겼다.
사실 이 연못에서는 다이빙도 할 수 있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간 우린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17 엔드는 이라부 섬의 비행장 근처에 있는 바닷가이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활주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므로 해변에 닿기까지는 거리가 멀고 꽤 많이 걸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유모차와 마실 것을 챙기길 추천한다.
우리는 유모차 없이 갔다가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걸으며 지쳐버린 두 살 반과 네 살 아이를 안고 힘겹게 걸어서 돌아왔다.
여기서 본 바다는…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푸르고 투명했다. 하얀 모래사장과 작은 해변도 있어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지 방파제가 높이 쌓여 있어 어린아이들과 함께 내려가는 건 절대로 불가능해 보였다. 비록 액세스는 불편했지만 요나하 해변을 능가할 만큼 아름다운 바다였다.
17 엔드에서 예상밖으로 너무 지친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첫날 너무 많은 양의 오키나와 소바를 먹고 질렸는지 별로 내켜하지 않던 남편이 갑자기 오키나와 소바를 먹자고 해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갔다. 그래, 떠나기 전에 한번 정도 더 먹어야지 않겠어?
이 식당은 컨테이너 건물로 되어 있었고 가격대는 조금 높았지만, 테라스와 연결된 탁 트인 실내 공간이 있어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화장실도 매우 깨끗해서, 비록 기저귀 교환대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배부르게 점심을 해결한 후, 오늘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스노클링을 하러 토구치노 하마(とぐちのはま, 渡口の浜)로 향했다.
이 해변은 규모가 작았지만,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의 없어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았다. 입구도 그렇고 그냥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평범한 곳이고 모래도 아주 하얀 편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물에 뜨는 법과 숨 참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큰딸에게는 최고의 장소였다.
큰 딸은 고글과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바다에 뛰어들어 작은 물고기들을 찾았고, 동생들도 잔잔한 바다에서 놀면서 물에 익숙해졌다.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서서 봐도 작은 물고기 떼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12월 초인데도 낮 기온이 26~27도였기 때문에, 바닷물에 들어가도 전혀 춥지 않았다.
우리 둘째 아이(2살 반)는 예전에 호주의 바닷가에 갔을 때 파도와 모래가 무서워 계속 안겨서 울기만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걸어서 물에 들어가려고 했다.
물론 위험하니 손을 잡고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물은 무서워!" 하던 아이가 조금씩 "물은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너무 신나게 놀다가 중간에 넘어져 물을 조금 삼키고 다시 겁을 내긴 했지만, 또다시 바닷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적응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11월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햇살이 따갑다 보니 40~50분 물놀이를 하고 선크림도 다시 바르고 조금 쉬기로 했다.
즐겁게 물놀이를 마친 후,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라부 대교 바로 앞에 있는 '으미(海, 바다(의)) 역'으로 향했다. 이라부 대교를 건넌 바로 앞에 있다고 이름을 바다의 역이라고 하는 거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든다.
토구치노 하마에서 10분도 안 떨어진 곳이었는데 가는 도중 차 안에서 모두 잠이 들었다. 달콤한 낮잠에서 먼저 일어난 큰딸과 아들만 바다의 역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 막내는 주차장 그늘에 세워진 차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짧은 오후의 휴식을 취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연못과 광활한 바다를 보고, 또 물고기들과 헤엄도 치고. 차를 끌고 그냥 잠깐 여기저기 들른 것뿐인데도 정말 완벽하다고 느꼈다.
아직 우리에겐 마지막 밤의 그랜드 피날레가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