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난투극

by 편린

Part 1.


"아악"


공격은 어김없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시작된다. 아무런 방비도 할 수 없는 때를 노리는 걸까. 눈을 노리고 날아드는 기습을 나는 막지 못한다. 짧은 비명이 터져나온다. 급하게 손을 들어 막아보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온 힘을 다해 밀어내 본다. 하지만 금세 나를 향해 다시금 몰아쳐 온다. 힘에 부친다. 혼자는 감당할 수 없는 공세. 용기를 내어 나지막하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여지없이 어둠에 묻히고 만다. 순간 떠오른다. 내게도 방어수단이 있었다는 사실이. 필사적으로 더듬어 손에 잡히는 것을 가슴팍 위 얼굴까지 끌어올린다.


'퍽'


그대로 날아들었다면 치명적이었을 한 방. 가까스로 막아냈다. 때를 맞춰 다행히도 공격이 잦아든다. 거칠었던 숨소리가 점차 가라앉는다. 치밀어 오르려던 분노도 슬금슬금 사그라든다. 오늘밤도 무사히 넘기는 듯하다.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한밤의 난투극을 나는 여전히 힘겹게 겪어낸다.


4살 딸과의 잠자리란 이런 것이었다.




Part 2.


양옆의 숨소리가 고르게 잠잠해졌다. 8살인 첫째는 머리를 대고 5분이면 깊은 잠에 빠진다. 아직 낮잠을 자는 4살은 잠들기까지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동안 잠들지 않기란 참 힘든 일이지만 오늘은 어찌 버텼다. 밤이지만 방문을 열면 할 일이 널려 있으니까. 아직은 안 돼. 대충 설거지를 하고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빨래를 갰다. 나머지 시간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거나 핸드폰을 보고, 가끔 책도 읽는다. 슬슬 졸려오기에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잠들기 전, 단단히 방비를 하고 눈을 감았다. 오른쪽엔 커다란 베개를, 왼쪽엔 이불을 둥글게 말아 충분한 간격을 확보했다. 한동안 잠잠하긴 했지만 그저께부터 8살 딸이 누운 왼편의 낌새가 심상찮다. 넋 놓고 있다가는 언제 다시 공격이 들어올 지 모르는 일이었다.


'번쩍'


감은 눈에도 일순 뭔가 번뜩이는 것 같았다. 와.. 이건 아니지 않니 딸?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뭔가가 오른쪽 눈을 강타했다. 말그대로 세게 쳤다.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나도 모르게 보이지도 않는 옆을 더듬어 한 대 쥐어박았다.


"어...?"


반응은 있는데 깨지도 않는다. 베개를 넘어 온걸 보면 무릎이거나 주먹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아파...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듣는 사람도 없는데 중얼거린다. 한밤중에 홀로 깨 끙끙대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일 눈은 뜰 수 있겠지? 아까 쥐어박은게 미안해 그래도 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다. 다행히 다음날 눈 아래 광대뼈는 좀 아렸지만 보는데는 문제 없었다. 네가 어제 엄마 눈 쳐서 엄청 아팠잖아. 딸에게 괜히 툴툴댔다. 몰랐다며 엄청 미안하다는 딸. 그래, 네가 뭔 잘못이겠니. 너의 손발이 한 것을. 아, 언제쯤 마음 놓고 편히 잘 수 있게 될까.


며칠 뒤 딸의 키는 훌쩍 커 있었다. 성장기의 몸부림이었던 모양이다. 아직 클 날이 많은데,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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