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입학식

by 편린

5월도 이제 오늘을 지나면 끝이 난다. 신경 써 달리지도 않았는데 한해의 반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2024년은 내게도, 첫째 아이에게도 큰 변화가 있는 해였다. 올해로 8살이 된 딸은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정신 없는 적응의 날들을 거치자 어느새 이 일상이 익숙해진 5월에 이르렀다. 고작 몇 달 지난 것임에도 3월은 꽤나 오래전 일 같이 느껴진다. 기억은 대체로 강렬한 몇 가지만 남기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휘발되곤 한다. 아직 내 안에 선명히 남아있는 내 아이의 첫 입학식을, 희미한 나의 처음과 함께 남겨본다.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의 입학식은 3월 첫 월요일이었다. 쾌청한 하늘 아래 학교로 향했고 체육관은 이미 아이와 부모들로 복닥거렸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앞으로 짧은 인사말들이 이어지고 식이 시작되었다. 딸은 연신 엄마, 아빠를 번갈아 찾으며 한번씩 뒤돌아 손을 흔들었다.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어 주다 문득 30여 년 전 그날의 내가 떠올랐다.


우린 모두 운동장에 졸졸이 서 있었다. 입학 후 한동안 오전 오후로 반을 나눠 수업해야 했을 만큼 아이들이 많았다. 한 학년에 12개, 반마다 학생 수는 못해도 40명 이상이었다. 아이들 뒤로는 그보다 더 많은 부모들이 서 있었으니 운동장은 말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마이크 아래로 울려대는 교장 선생님 말씀과 웅성대는 아이들의 소리가 섞여 정신이 없었다. 그 어딘가에 끼어 있던 나는 지금의 내 딸처럼 뒤편의 엄마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엄마는 그 때마다 앞을 보라며 손을 내저었다. 모든게 신기했다. 놀이터에서 마주치던 아이들 말고도 이렇게나 많은 친구들이 있다니. 학교는 거대했고 운동장은 언제 다 뛰어가나 싶게 넓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들어선 교실도 좋았다. 둘이 짝을 지어 앉도록 길게 만든 책상도, 묵직한 의자도, 뒤편에 붙은 커다란 초록 부직포도 마음에 들었다. 교실 앞 벽면은 칠판이 뒤덮고 있었다. 문은 앞 뒤로 두 개였는데 누런 황토빛의 문짝이 어린 눈에 커다래 보였던 기억이 난다. 앞문 옆 선반 위엔 어항이 놓여 있었다. 병원에서나 볼 수 있던 어항이 교실에 있었던 것이다. 자연 내 시선은 거기로 향했다. 들뜬 마음 때문이었을까. 어항을 바라보던 시선 아래로 무심코 흥얼대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인식도 못한 채 계속해서. 스스로가 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달은건 선생님이 부르시는 내 이름을 듣고나서였다. 나는 단박에 불려 나갔고 교탁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손들고 벌을 서야 했다. 입학식 첫날이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바라본다. 요즘 선생님은 어떠려나. 날 닮아 온통 주변에 관심 많은 딸은 종종 하고 있던 일을 잊는다. 요맘때의 아이들은 쉽게 들뜨고 쉽게 흥분하곤 한다. 후. 짧은 한숨과 함께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부디 아이의 첫 기억들이 예쁘게 칠해지길. 실수가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길. 고개를 들었다. 어렵고도 간절한 마음을 텔레파시라도 전하듯 선생님의 뒷통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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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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