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질서

[헤드 미솔로지 Ep.30] 하데스. 침묵으로 대신하는 권위의 리더십

by Tristan


/ “왜 하데스는 올림포스에 오르지 않았을까?”


권력은 항상 목소리가 큰 쪽에게 주어지는 걸까.

신들 중 가장 조용했던 그는 왜 지하에 만족했을까.

하데스는 왜 ‘죽음의 신’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는 단지 ‘보이지 않는’ 존재였을 뿐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음으로써 더 강한 질서를 만든 리더였을까.

출처: Statue of Hades and Cerberus, on display at the Archaeological Museum of Crete


/ 신화의 배경 ― 지하 세계의 군주가 된 이유


하데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제다.

그들이 티탄을 쓰러뜨린 후, 세계를 셋으로 나누었을 때 하데스는 제비뽑기로 지하 세계(Underworld)를 맡게 된다.

이곳은 살아 있는 자는 들어갈 수 없고, 죽은 자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그곳에서 하데스는 영혼들을 심판하고, 죄와 덕에 따라 엘리시온, 아스포델, 타르타로스로 보낸다.


하데스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페르세포네 납치 사건이다.

하데스는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를 데려가 아내로 삼았고, 그녀가 지하에 머무는 시간 동안 지상에는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

결국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중재로 ‘절반은 지상, 절반은 저승’이라는 타협이 이루어진다.

하데스는 아내를 빼앗김에도,

분노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협상하며, 감정보다는 질서 유지를 선택한다.

출처: “The Court of Hades” 작가 Howard David Johnson


/ 하데스형 리더십 ― 보이지 않되 무너지지 않는 리더


1) 원칙의 리더십 - 질서 위에 세워진 규칙만이 신뢰받는다


하데스는 저승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 힘은 감정이나 충동이 아닌 불변의 원칙 위에 세워져 있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려 할 때 하데스는 단 한 번의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조건이 어겨졌을 때, 하데스는 흔들림 없이 규칙을 적용한다.

그는 타협보다 룰을, 감정보다 법을 신뢰한다.


2) 공정과 중립의 리더십 - 결과만이 심판의 잣대가 된다


하데스는 삶의 경로에 따라 영혼들을 세 지역으로 배분한다.

신분도, 배경도 보지 않는다.

죽은 자에게 있어 하데스는 오직 행위와 결과만을 따지는 철저한 심판자다.

감정 없이, 공정하게. 하데스는 저승의 시스템 관리자였다.


3) 침묵의 리더십 - 과시 없는 권위로 무게감을 주다


하데스는 다른 신들과 달리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올림포스의 12신에 포함되지 않으며, 신들의 연회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은 공허하지 않다.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무시할 수 없는 입지를 인정받는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존재의 무게를 더했고, 두려움과 경외의 균형으로 절제된 권위를 세운다.

출처: “Hades Abducting Persephone” fresco, Small Royal Tomb, Vergina

4) 역할 중심의 리더십 - 영역에 집중하는 전문성을 갖추다


하데스는 저승의 일만 다스린다.

그는 지상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바다나 하늘을 탐내지도 않는다.

‘내가 다 잘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 대신, 자신의 영역과 책임에만 집중하는 전문성으로 리더십을 세운다.


5) 두려움과 존경을 동시에 이끄는 리더십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데스의 이름을 쉽게 말하지 않았다.

그를 ‘플루토(풍요)’라 부르기도 했고, ‘보이지 않는 자’라고도 했다.

그의 리더십은 두려움과 존경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위엄 속에 존재했다.



/ 너무 조용한 리더의 그림자


하데스형 리더는 자기 영역에 대한 책임감과 절제, 질서를 중시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용하고 가시성이 부족하면 구성원들로부터 무관심하거나 오해받을 위험이 크다.

‘침묵의 권위’가 ‘무관심’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의식적인 소통과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출처: ‘Persephone and Hades in the Kingdom of Underworld’ (MYTHOTOPIA 설명)


/ 하데스형 리더십이 주는 메시지


하데스는 드러나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리더십은 때로 말보다 무게로, 목소리보다 태도로 드러난다.

하데스처럼 자기 영역을 명확히 인식하고, 원칙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존재 자체로 질서를 만드는 리더는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지키는 원칙이 나를 증명해 준다.


/ Tristan의 코멘트


하데스는 현대 리더의 ‘그림자 자아’와 같다.

조직에서 리더가 반드시 목소리를 키우고, 감정을 드러내고, 다방면으로 개입해야만 인정받는 시대는 끝났다.

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권위’를 어떻게 구축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감정보다 책임, 야망보다 질서, 존재보다 시스템.

가장 무서운 리더가 가장 조용한 리더로 통용되는 이유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표현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질서를 가요하고 있는가.

당신의 리더십은 보여지는가, 아니면 지켜지는가.


이 글은 Tristan의 연재 시리즈 「헤드 미솔로지」의 서른 번째 이야기이다.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본다.



/ 다음 이야기 예고

「승리의 여신 니케 - 승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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