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미솔로지 Ep.05] 공동체를 위한 헌신과 신뢰의 모범
/ 두 영웅의 대결
뛰어난 성과로 주목받지만 팀을 떠나는 에이스 vs 묵묵히 조직을 지켜내는 베테랑.
단기 실적에 매몰된 CEO vs 지속가능한 문화를 구축하는 경영자.
개인 브랜딩에 집중하는 임원 vs 후배 육성에 힘쓰는 멘토.
이런 선택의 순간들이 익숙하다면, 3,000년 전 트로이 성벽 아래에서 벌어진 두 영웅의 대결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현대 조직은 아킬레우스형 리더십에 열광한다.
압도적 개인 역량, 감정 중심의 의사결정, 개인 명예 우선주의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헥토르형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
/ 불화에서 시작된 전쟁
트로이 전쟁은 단순한 고대 서사가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명예욕, 복수심과 공동체 의식이 충돌하는 리더십의 실험장이었다.
전쟁의 발단은 '황금 사과 사건'.
불화의 여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긴 사과를 던지며 권력 다툼을 촉발했다. 파리스 왕자의 선택(아프로디테)으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로 향하고, 이에 분노한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로 가 10년간의 대전쟁을 시작한다.
이 장대한 무대의 중심에 두 명의 대조적인 리더가 섰다.
그리스의 아킬레우스 - 개인 역량의 화신
트로이의 헥토르 - 공동체 헌신의 상징
한 명은 전투의 신화가 되었고, 한 명은 리더십의 교과서가 되었다.
/ 아킬레우스: 탁월한 능력, 위험한 감정
아킬레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반신반인의 존재,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셀럽이었다. 전장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었고, 왕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내 명예를 짓밟은 아가멤논을 위해 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아킬레우스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렇게 외치며 전선을 이탈했다. 전리품을 빼앗긴 개인적 모독감 때문에 동료들을 버리고 텐트에 틀어박혔다.
오늘날로 치면 처우가 불만스럽다며 중요한 프로젝트 도중 이탈해 버리는 핵심 인재와 같다.
"파트로클로스여, 너의 복수를 위해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겠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아킬레우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개인적 감정이 그를 지배했고, 전쟁의 대의는 사라진 채 오직 복수심만이 그를 움직였다.
헥토르와 대전의 승리 후에도 그의 분노는 끝나지 않았다.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묶어 끌며 모욕을 가했던 장면은 절제를 잃은 리더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킬레우스형 리더는 순간적 성과는 뛰어나지만, 감정 기복과 개인주의로 인해 조직에 큰 리스크를 내제한다.
/ 헥토르: 인간의 한계 속에서 빛난 리더
헥토르는 신적 능력 없이, 순전히 인간의 조건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이다.
"나는 도망칠 수 없다. 내가 물러서면 트로이 전체가 무너진다."
아킬레우스와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헥토르가 다짐한 말이다.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시의 마지막 방패가 되기로 결심했다.
마치 회사가 위기에 처해도 끝까지 남아서 조직을 지키는 리더의 모습이다.
"아내여, 내 방패와 투구를 보며 눈물 흘리지 마오. 내가 쓰러져도 트로이는 살아남을 것이오."
전장으로 나가기 전 아내 안드로마케에게 건넨 작별 인사다. 개인적 애정을 억누르고 더 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철학이 드러난다.
"아들아, 아버지처럼 용감하되 나보다 현명하게 살아가거라."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한 마지막 당부다. 후계자를 염려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다음 세대가 더 나은 길을 걷기를 바라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이다.
10년간 열세 병력으로 그리스 대연합군을 상대하며 방어선을 유지한 것은 헥토르의 전략적 사고와 희생정신 덕분이었다.
/ 두 리더십의 차이
아킬레우스형 vs 헥토르형
의사결정: 개인감정과 명예 vs 공동체 이익과 책임
성과 지향: 단기 임팩트 극대화 vs 장기 지속가능성 추구
위기 대응: 감정적 폭발 또는 이탈 vs 냉정한 판단과 인내
팀 관계: 수직적, 조건적 협력 vs 수평적, 무조건적 헌신
성장 관점: 개인 브랜딩 중심 vs 조직 역량 강화 중심
리더가 부재할 때: 조직 급속 약화 vs 문화와 시스템으로 유지
/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패턴
화려한 성과를 내던 스타플레이어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자 팀이 급격히 무너진 반면, 묵묵히 팀 문화를 다진 리더가 떠난 조직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아킬레우스와 같은 '히어로'가 효과적일 수 있으나, 팀워크와 지속가능한 성장, 구성원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헥토르형 리더가 현대 조직에 필요한 이유:
• 책임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리더 - 실패의 책임은 자신이 지고, 성공의 열매는 팀에게 돌리는 사람
• 성과보다 공동체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리더 - 단기 실적보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
• 불리한 상황에서도 떠나지 않는 리더 - 위기 때 더욱 빛나는, 진정한 의미의 '든든한 사람'
/ Tristan의 코멘트
전쟁에서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성과를 낸 사람을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문화를 구축한 리더가 조직에 진정한 유산을 남긴다.
아킬레우스의 승리는 한순간이었다. 그가 죽자 그리스 군에는 혼란이 찾아왔고, 그의 무적 신화도 함께 사라졌다.
반면 헥토르가 남긴 것은 '트로이 정신'이었다. 그가 보여준 희생과 헌신은 성벽이 무너진 후에도 트로이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었고, 후세에까지 전해졌다.
내가 만나본 많은 리더들이 이런 순간을 고민한다.
"나는 개인 브랜딩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조직과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가?"
헥토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진정한 승리는 나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텅 빈 공간인가, 아니면 당신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든든한 터전인가?
승부에서 이기는 아킬레우스가 될 것인가, 문화를 남기는 헥토르가 될 것인가?
이 글은 Tristan의 연재 시리즈 「헤드 미솔로지」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신화 속 인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본다.
/ 다음 이야기 예고
「나르시시즘vs에코이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