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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Feb 25. 2020

파리에서 먹은 마카롱은 비누 맛이 났다

파리 가는 버스에는 기사님이 없다.

- 버스에 탔는데 기사님이 없어

파리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서 제일가고 싶은 곳으로 손 꼽는 곳이고 나도 그랬다. 그런데 파리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브뤼셀에서 파리로 출발하는 버스에 앉았는데, 기사님이 오질 않는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대타로 온 기사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오늘 햇살이 좋아서 기사가 술 먹고 놀러 갔나 봅니다. 연락이 안 돼요"

여기는 유럽이다. 실제로 햇살이 좋긴 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파리의 버스 터미널은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잔디밭 에는 사람 똥인지 개똥인지 모를 매우 큰 똥이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지하철은 복잡하고 더럽고 냄새났다. 하지만 그런 불쾌한 느낌 은 곧 사라졌다. 지하철 바깥으로 보는 파리의 하늘이 너무나도 예 뻤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매력을 가진 에펠탑

- 파리의 중심, 에펠탑에서 바게트 하나

숙소에 짐을 놓자마자 간 곳은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다. 지하 철 역에서 천천히 걸어가니 아직 여름이 아니어서 그런지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펜스가 여기저기 처져 있었다. 혼자 다니느라 왠지 조금은 외로웠는데, 그 어디서나 같이 있어주는 에펠탑 덕분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결국 에펠탑만 혼자서 3번이나 보러갔다. 그때 마다 에펠탑은 매번 다른 매력을 선보여 주었다.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식당 대신 에펠탑 근처에서 바게트를 자주 먹었는데 에펠탑 만큼이나 긴 바게트와 꼬린내 나는 프랑스 치즈의 조합은 어디에 서도 누릴 수 없는 프랑스만의 사치이다.


- 삐끼의 도시 파리

파리에서 지낸 처음 3일간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매일 바깥으 로 놀러 다녔고, 파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느낀 파리를 한단 어로 표현하자면 파리는 '삐끼의 도시'다.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 이지만, 국제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에 파리에서 사는 외국인들도 많다. 하지만 이 삐끼 친구들은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잡고 한마 디라도 더 하려고 쉴세 없이 떠들어 댄다. 에펠탑에서 서명해달라 며 잡아대는 삐끼, 몽마르트 언덕에서 팔찌를 팔려는 삐끼, 초상 화 그려주는 삐끼, 에펠탑 모형 파는 삐끼, 어딜 가나 삐끼들이 가 득하니 '농, 메르시(아니요, 고마워요)'라고 언제든지 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당황해서 그들이 주는 물건을 받거나, 조금이라 도 무시가 늦으면 돈을 뺏기는 건 당신이다.


산은 커녕 구릉지조차 잘 없는 평탄한 파리에서, 몽마르트 언덕 은 서울의 남산 타워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 높고 햇살 좋은 계 단에 앉아 파리 시내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항상 사람 들로 가득하고, 거리의 음악가들도 가득하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 와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하고 마트에서 바게트와 치즈, 햄, 와 인을 사서 센 강 강가에 앉아가 가볍게 피크닉을 즐겼다. 파리의 따듯한 햇살과 흩날리는 나뭇잎, 흘러가는 강물. 파리의 시간은 도시에 있지만, 자연의 시간처럼 흘러 간다.

- 비누 맛 마카롱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롱 가게로 직접 찾아가서 먹은 마카 롱은 어릴 적 씹어본 비누 맛이 났다. 장미 비누 맛, 로즈마리 비누 맛, 딸기 비누 맛, 제일 유명하고 비싼 곳이었는데 한국의 동네 마다 하나씩 있는 달달한 마카롱보다 못한 크기와 맛이었다. 마카 롱은 한국으로 와서 콩고물 가득 묻은 인절미 뚱카롱과 앙버터 마카롱이 되었고 동네의 작은 뒷골목에 달콤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K - 마카롱이 최고다.


이런 비누 맛 마카롱이있는 가게 옆에서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문적인 화보 책만 파는 서점이 있었고, 그 옆에는 프로이트나 처칠 같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담긴 편지를 파는 편지 가게, 그 뒤 에는 벽지만 파는 전문 벽지 가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월세만 먹다 말아먹기 딱 좋고 어디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물품들이지 만, 파리에서는 여전히 팔리고 있는 상품들이다. 이런 가게들이 영업할 수 있는 곳이 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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